IBK기업은행의 김우재 감독. 한국배구연맹 제공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흥국생명과 기업은행의 히든카드는?
2020~2021 도드람 브이(V)리그
여자부 플레이오프(3전 2선승제)에서 1승1패를 기록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와 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 알토스가 24일 흥국생명의 홈구장인 인천 계양체육관서 운명의 한판 대결을 겨룬다. 이 경기에서 승리하는 팀은 하루를 쉰 뒤 26일부터 정규리그 1위팀 지에스(GS)칼텍스 킥스와 5전 3선승제의 챔피언결정전을 시작한다.
플레이오프 3차전은 양팀의 ‘히든카드’ 선수의 활약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2일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기업은행이 흥국생명에 3-1(25:6/25:14/20:25/27:25)로 이기긴 했지만 두팀 모두 깜짝 선수 발탁으로 ‘짭짤한’ 재미를 봤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의 김우재(55) 감독은 2차전 경기 시작 전 인터뷰에서 “조송화 대신 김하경이 선발로 투입된다”고 전격 발표했다. 팀이 봄배구에서 탈락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주전 세터가 아닌 백업 세터를 선발로 내세우는 일종의 벼랑 끝 전술이었다. 김 감독은 “조송화의 컨디션이 좋지 않아 연습이 부족했다. 지속해서 운동을 해왔던 (김)하경이에게 기회를 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조송화가 유독 친정팀 흥국생명에 약한 모습을 보인 탓도 있었다.
김 감독은 프로 방출생 출신으로 큰 경기 경험이 없는 김하경(25)에게 “스스로 믿고 자신감을 가져라”라며 힘을 북돋웠다. 결과는 대성공. 김하경은 이날 54개의 세트를 기록하며, 39개의 세트를 성공시킨 흥국생명 세터 김다솔을 앞질렀다. 김하경은 경기 뒤 “선발 출전한다는 얘기를 듣고 많이 놀랐다. 처음에는 긴장했지만 선배들이 재밌고 즐겁게 뛰자고 해서 조금씩 풀렸던 것 같다”며 “3차전이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는데 힘들게 플레이오프에 올라온 만큼 더 노력해서 챔피언결정전까지 가고 싶다”고 소감을 말했다.
김우재 감독의 김하경 카드는 주전 세터 조송화의 체력을 비축했다는 데에도 의미가 있다. 기업은행이 챔피언결정전에 올라가게 됐을 경우 세터 운용의 폭도 넓어진다.
비록 2차전에서 지긴 했지만, 박미희(58) 감독의 필승카드였던 센터 김나희(32)는 팀이 0-3 셧아웃 패배 위기에 몰렸던 3세트에 긴급 투입돼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올 시즌 6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한 김나희였지만, 박미희 감독은 승부수를 던졌다. 부름에 보답하듯 김나희는 고비처에서 허를 찌르는 이동공격과 3개의 블로킹을 성공시키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1·2세트를 큰 점수 차로 내준 흥국생명은 김나희가 투입된 3세트부터 완전히 다른 팀으로 바뀌었다. 3세트를 잡은 흥국은 4세트 중반까지 5점 차로 앞서나가며 기업은행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경기 흐름으로는 4세트를 흥국이 가져오면 역전으로 갈 가능성이 큰 경기였다. 박 감독은 경기 뒤 “김나희는 경험이 많은 선수다. 언제든 준비하고 있다. 3차전도 당일 컨디션을 보고 기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3차전 최종 승부에서 깜짝 활약을 펼칠 또 다른 히든카드는 누가 될 것인지, 팬들의 관심이 인천으로 향하고 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