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경기도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 삼성생명 블루밍스와 KB 스타즈의 경기에서 연장 종료 직전 결승골을 넣은 삼성생명 김한별이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용인/연합뉴스
용인 삼성생명이 여자프로농구 새 기록 달성을 눈앞에 뒀다. 지난 7일과 9일 안방에서 열린 2020~2021 여자프로농구 챔피언 결정 1, 2차전을 모두 잡은 삼성생명은 앞으로 1승만 보태면 1998년 여자프로농구 출범 이래 최초로 정규리그 4위팀이 챔피언이 되는 기록을 남기게 된다. 삼성생명으로서도 2006년 여름리그 챔프 이후 15년 만에 리그 정상에 오른다.
가능성은 매우 높다. 5전3선승제 도입 후 역대 챔피언결정전에서 1, 2차전 연승을 거둔 팀이 우승할 확률은 100%(총 12회)였다. 이번에 삼성생명이 우승을 못하는 게 오히려 ‘이변’이 될 수 있다.
삼성생명은 케이비와 올 시즌 정규리그 상대 전적에서 1승5패로 열세에 있었다. 하지만 챔피언 결정전에선 확 달라졌다. 김한별과 김보미, 배혜윤 등 고참들의 투혼과 윤예빈, 신이슬 등 신예들의 패기가 조화를 이뤄 공수에서 케이비를 압도했다. ‘국보급 센터’ 박지수가 버티는 케이비의 골밑을 2~3명이 협공으로 공략하는 모습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삼성생명은 공격 때는 박지수를 골밑 밖으로 끌어내고 수비 때는 패스 쳐내기 등으로 상대가 공격 시간을 허비하게 하는 전술을 사용했는데, 작전 소화 능력이 너무 뛰어나 케이비가 뻔히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케이비는 박지수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았다. 박지수는 공격 때는 상대의 엄청난 압박에 시달리고, 수비 때는 골 밑을 지키면서 동시에 외곽슛까지 방어하느라 숨 돌릴 틈이 없었다. 또 동료의 공격을 돕기 위해 스크린까지 거느라 3점슛 라인까지 올라오는 등 많이 뛰어야 했다. 결국 체력이 고갈되다시피 한 박지수는 결정적 고비에서 실책을 범했다.
프로 11년차 베테랑 가드 심성영의 부진도 뼈아프다. 시즌 내내 좋은 활약을 보였던 심성영은 2차전에서 8개의 실책을 쏟아냈다. 특히 팀 분위기가 좋을 때 찬물을 끼얹은 실책이 결정적이었다.
케이비는 안방에서 열리는 3, 4차전과 원정으로 치르는 5차전에서 모두 이겨야만 우승할 수 있다. 막판 3연승으로 우승한 팀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다만 2차전에서 강아정과 허예은, 최희진 등이 살아난 것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있다. 3차전은 11일 저녁 7시 청주체육관에서 열린다.
이춘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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