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커룸에서 호주오픈 우승 트로피와 함께 있는 오사카 나오미. 멜버른/AP 연합뉴스
4전 전승. 이만한 강심장도 없다. 결승 무대에만 오르면 이긴다. 오사카 나오미(세계 3위·일본)가 그렇다.
오사카는 20일(한국시각) 호주 멜버른 멜버른파크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호주오픈 테니스(총상금 8000만호주달러) 여자 단식 결승에서 제니퍼 브레이디(24위·미국)를 1시간17분 만에 2-0(6:4/6:3)으로 물리쳤다. 2019년 대회 이후 두 번째 호주오픈 우승이자 메이저대회 4번째 우승이다. 메이저대회 결승 4전 전승의 기록은 1991년 모니카 셀레스 이후 30년 만이다. 8강까지 확대하면 오사카는 현재 그랜드슬램 8강, 4강, 결승에서 12승 무패를 기록 중이다.
그랜드슬램 4차례 우승은 현역 선수로는 비너스-서리나 윌리엄스 자매 다음으로 가장 많은 우승횟수다. 춘추전국시대가 이어지고 있는 세계 여자 테니스계에서 오사카가 한발 앞서가고 있다고 하겠다. 오사카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275만호주달러(23억9000만원)를 받았다. 22일 발표되는 세계 순위에서 2위에 오를 전망이다. 1위는 애슐리 바티(호주).
오사카 나오미가 20일 호주 멜버른 멜버른파크에서 열린 호주오픈 여자단식 결승에서 공을 받아치고 있다. 멜버른/EPA 연합뉴스
오사카는 경기 뒤 “누구도 준우승하기 위해 결승에 오르지는 않는다. 나는 그랜드슬램 출전 기회는 모두 그랜드슬램 우승 기회라고 생각한다”면서 “나 스스로 너무 큰 부담을 주는 것도 같지만 솔직히 그것이 나를 성장시키는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오사카의 서브 최고 시속은 197㎞가 찍혔다. 서브 에이스는 6개. 생애 처음 그랜드슬램 결승을 치른 브레이디는 “오사카는 아주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는데 이게 상대에게는 큰 압박이 된다. 누구나 다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에이피(AP)가 뽑은 2020 ‘올해의 여자 선수’였던 오사카는 원래 이중 국적을 갖고 있었으나 도쿄올림픽 출전을 위해 일본 국적을 택했다. 미국 시민권을 포기했다. 〈포브스〉에 의하면 오사카는 2020년 상금과 후원 등으로 3740만달러를 벌어 단일 연도 여자 스포츠 선수 최다 수입 기록을 세웠다. 인종 차별 등 인권 문제에도 목소리를 내는 그는 최근 미국 여자 축구단에 투자를 하기도 했다.
김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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