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스포츠 스포츠일반

[아하 스포츠] 올림픽 챔피언 ‘100살 삶의 메달’ 가치

등록 2021-01-13 04:59수정 2021-01-13 08:32

홀로코스트 생존자 아그네스 켈레티
올림픽 챔피언 아그네스 켈레티가 1월7일(현지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 자택에서 생일 케이크를 받은 뒤 웃고 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 켈레티는 9일 100살이 됐다. 부다페스트/EPA 연합뉴스
올림픽 챔피언 아그네스 켈레티가 1월7일(현지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 자택에서 생일 케이크를 받은 뒤 웃고 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 켈레티는 9일 100살이 됐다. 부다페스트/EPA 연합뉴스

100년을 살았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이자 올림픽 챔피언인 아그네스 켈레티에겐 더 특별한 100살 생일이었다.

켈레티는 지난 9일(현지시각) 고향인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100살이 됐다. 현존하는 최고령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그는 생일 이틀 전 열린 축하 행사에서 “100년이 60년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부침이 많은 100년의 삶이었다. 1921년 ‘아그네스 클라인’으로 태어난 켈레티는 헝가리계 유대인이었다. 전도유망한 체조선수였지만 1941년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체조팀에서 강제로 쫓겨난 뒤 헝가리 시골 마을에 숨어 살았다. 그의 어머니와 여동생은 스웨덴 외교관의 도움을 받아 가짜 신분증으로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았다. 그러나 아버지와 다른 친척들은 55만명의 다른 헝가리 유대인처럼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사망했다.

전쟁 뒤 체조를 다시 시작한 켈레티는 1948년 런던올림픽 출전 예정이었으나 막판 발목 부상으로 무산됐다. 4년 뒤 31살 나이로 1952년 헬싱키올림픽에 참가해 마루 종목 금메달을 포함해 은메달, 그리고 동메달 2개를 목에 걸었다. 1956년 멜버른올림픽에서는 금메달 4개를 포함해, 도합 6개의 메달을 따냈다. 30살 이후 참가한 두 차례 올림픽에서 총 10개의 메달을 거머쥔 것.

최고령 올림픽 챔피언인 아그네스 켈레티가 작년 11월6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아파트에서 헬싱키올림픽 금메달(오른쪽)과 멜버른올림픽 금메달(왼쪽)을 들고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는 9일(현지시각) 100살 생일을 맞았다. 부다페스트/AFP 연합뉴스
최고령 올림픽 챔피언인 아그네스 켈레티가 작년 11월6일 헝가리 부다페스트 아파트에서 헬싱키올림픽 금메달(오른쪽)과 멜버른올림픽 금메달(왼쪽)을 들고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는 9일(현지시각) 100살 생일을 맞았다. 부다페스트/AFP 연합뉴스

켈레티가 호주 멜버른에서 소련의 전설적인 체조 영웅 라리사 라티니나(통산 올림픽 메달 18개·수영 마이클 펠프스에 이어 통산 메달 순위 2위)와 메달을 다투고 있을 때 소련은 그의 고향 헝가리를 침공했다. 켈레티는 어쩔 수없이 호주에 남아 망명을 추진했고 이듬해 이스라엘로 이민을 했다. 1956년 올림픽 참가를 위해 고국을 떠났다가 영영 못 돌아갔던 그는 반세기를 훌쩍 넘긴 2015년에야 부다페스트에서 안착했다. 그 이전까지는 딱 한 번만 고국을 방문했었다.

2004년 헝가리는 그를 ‘국가 선수’로 선정했고 2017년에는 이스라엘에서 ‘이스라엘 상’을 수여했다. 올림픽에서 가장 큰 성과를 낸 유대인 선수로 인정받는 켈레티는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올림픽 메달보다는) 지금껏 살아있다는 사실이 가장 소중하다. 나는 내 삶을 사랑한다”고 밝혔다.

영국 〈가디언〉의 11일 보도에 따르면 켈레티 외에도 현존하는 100살 이상의 올림픽 참가자가 9명이나 더 있다. 1948년 런던 대회에 참가했던 우루과이 요트 선수 펠릭스 시에라는 다음 주 105살이 된다. 1936년 베를린 대회 참가자도 3명이나 생존해 있다. 비록 올림픽 챔피언은 되지 못했으나 삶의 챔피언은 됐다고 할 수 있겠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스포츠 많이 보는 기사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1.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2.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3.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4.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5.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