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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키 해먼, ‘여성 감독대행’으로 NBA 새 역사 썼다

등록 2021-01-01 11:13수정 2021-01-01 12:58

31일 LA 레이커스 전 감독 퇴장으로 임시 대행
‘킹’ 제임스, “매우 열정적…NBA를 위해서도 축하할 일”
베키 해먼 샌안토니오 스퍼스 코치가 12월31일(한국시각) 열린 미국프로농구(NBA) 엘에이 레이커스와 경기에서 그레그 포포비치 감독 퇴장 이후 임시 사령탑을 맡아 경기를 지휘하고 있다. 샌안토니오/AFP 연합뉴스
베키 해먼 샌안토니오 스퍼스 코치가 12월31일(한국시각) 열린 미국프로농구(NBA) 엘에이 레이커스와 경기에서 그레그 포포비치 감독 퇴장 이후 임시 사령탑을 맡아 경기를 지휘하고 있다. 샌안토니오/AFP 연합뉴스
미국프로농구(NBA)에서 ‘유리천장’을 깨온 베키 해먼(44)이 또 다른 역사를 썼다. 비록 ‘감독대행’이기는 했으나 NBA 정규리그 경기를 지휘한 첫 여성 지도자가 됐다.

지난 12월31일(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 AT&T 센터에서 열린 경기에서 샌안토니오 스퍼스는 르브론 제임스의 1000경기 연속 두 자릿수 득점 대기록을 앞세운 엘에이(LA) 레이커스에 107-121로 졌다. 비록 경기에서는 패했으나 샌안토니오 역시 NBA 역사에 나름의 이정표를 세웠다. 그레그 포포비치 감독이 2쿼터 도중 퇴장을 당한 뒤 코치인 해먼이 남은 경기를 이끈 것. 남자 프로농구 선수를 여성 지도자가 이끈 첫 사례였다.

168㎝ 포인트 가드로 여성프로농구(WNBA) 코트를 누볐던 스타 플레이어 출신의 해먼은 2014년 여성 최초로 급여를 받는 NBA 풀타임 코치가 됐다. 2015년 서머리그에 감독으로 이름을 올려 팀을 우승시키기도 했다. 2016년 올스타 게임에서는 여성 최초로 올스타팀 코치로 활약했다. 2017년에는 밀워키 벅스 단장 면접도 봤다. 2020~2021시즌을 앞두고는 오클라호마시티 선더 감독 후보로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해먼은 이날 경기 뒤 “진짜 엄청난 일이었다”면서도 “솔직히 그 순간에는 그냥 이기고 싶었다.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적장이었던 프랭크 보겔 레이커스 감독은 “충분히 감독대행을 맡을 만했다. 해먼은 언젠가 훌륭한 감독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제임스는 “코트에서 이런저런 작전 소리를 외치는 해먼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좋았다”면서 “경기에 아주 열정적이었다. 그에게 축하를 보내고 NBA를 위해서도 축하할 일”이라고 했다. 스퍼스에서 한때 해먼과 한솥밥을 먹었던 파우 가솔은 SNS를 통해 축하의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해먼은 평소 “내가 성공하든 비참하게 실패하든 내 뒤에 있는 여성들과 소녀들을 위해 기꺼이 기회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해왔다. 뜻밖으로 ‘사령탑 데뷔식’을 치렀지만 그의 숙원인 NBA 감독을 향한 첫걸음은 힘차게 내디뎠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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