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알토스의 신연경. 기업은행 배구단 제공
프로배구 2020~2021 도드람 브이(V)리그에서
아이비케이(IBK)기업은행 알토스의 돌풍이 매섭다. 17일 현재 5승 2패로 흥국생명에 이어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다.
시즌 시작 때만 해도 기업은행이 상위권 팀으로 도약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는 드물었다. 외국인 공격수
안나 라자레바(23)가 리그 득점 2위(226점)를 기록할 정도로 빼어난 활약을 하는 중이고, 레프트 표승주와 육서영의 공격이 살아나면서 팀의 활력이 되고 있다. 흥국생명에서 올 시즌 이적한 세터 조송화의 가세도 전력상승의 요인이다.
여기에 리베로 신연경(26)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2012년 기업은행에 입단해 주로 공격수로 뛰었던 신연경은 흥국생명과 현대건설을 거쳐 올 시즌 6년 만에 친정팀으로 복귀하면서 전문 수비수인 리베로로 전향했다. 결과는 대성공. 수비와 디그 부분에서 리그 톱3에 랭크되면서 수비수 전향 첫해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달 30일 현대건설전에선 혼자서 디그 36개를 기록하면서 최고수훈선수(MVP)로 뽑히기도 했다. 수비가 안정되자, 팀은 펄펄 날고 있다. 기업은행 돌풍의 숨은 주역 신연경을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 “남 빛나게 해주는 게 더 좋아”
“독립해서 살다가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편안하잖아요. 지금 기분이 그래요.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6년 만의 친정팀 복귀 소감을 묻는 질문에 신연경은 “편한다”는 말로 만족감을 드러냈다. 흥국생명에서 6년 동안 같이 뛰었던 ‘언니’ 조송화와 다시 한팀이 된 것도 편안함의 한 몫을 했다.
“이 정도면 운명이 아닌가 싶어요. 송화 언니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하는지 알 수 있어요. 훈련 중간에 제가 잘 못하면 눈으로 욕하는 게 느껴질 정도예요.”(웃음)
신연경은 공격수 출신이지만, 수비를 원래 더 좋아했다. 자신의 적성에도 수비가 더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공격 성공했을 때도 물론 기분이 좋았지만 수비를 잡았을 때가 더 좋았던 거 같아요. 더 좋은 걸 하는 게 맞는 거 아닐까요?”라며 리베로 포지션의 만족감을 드러냈다.
코칭 스태프들의 조언과 교육도 수비수 신연경을 키워가고 있다. “감독님은 이단 연결을 강조하세요. 김종문 코치님은 무릎을 좀 더 쓰라고 조언하시죠. 김사니 코치님도 실전에 도움이 많이 되는 교육을 해주세요.”
화려한 공격수가 아닌 그림자 역할을 하는 수비수라는 점에선 섭섭하지 않을까. 그는 “원래 낯을 가린다”며 웃은 뒤 “제가 빛을 보는 것보다는 팀이 빛나는 게 더 좋고 뒤에서 묵묵히 받쳐주는 역할을 더 좋아해요. 저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빛나면 더 좋을 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이숙자 <케이비에스엔 스포츠> 해설위원은 “신연경은 원래부터 디그가 좋았던 선수였다. 공격수로 교체 출전하기보다는 지금처럼 리베로로 자리 잡아 활약해주는 것이 팀에 더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같은 팀 세터 조송화(왼쪽)의 리시브를 바라보는 신연경. 한국배구연맹제공
■ 각자 최선 다하는 게 상승 원동력
신연경처럼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이 똘똘 뭉쳐 지금의 팀 상승세를 만들었다.
“모든 선수가 다 같은 목표를 향해서 가고 있어요. 각자의 자리에서 책임을 지면서 역할을 해주니 좋은 결과가 나오는 거 같아요.” 신경이 말하는 기업은행의 상승 동력이다.
그렇다고 방심해선 안된다. 이번 시즌에선 모든 팀이 강팀이다. 신연경은 “잘 하는 팀, 쉬운 팀을 나눌 수가 없을 정도로 전력들이 좋아요. 그날 컨디션에 따라, 승리에 대한 간절함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거 같아요”라며 시즌 초반 활약에 긴장을 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파이팅도 넘친다. “매 경기 한 발 더 뛰고, 끈기있게 하는 팀이 이기는 거죠”라며 강한 승부욕을 드러낸다. 그의 성실함과 승부욕에 김우재 감독도 흡족해 하고 있다. 김 감독은 “신연경은 보는 시야가 좋고 집중력이 강해 팀에 많은 도움이 된다. 파이팅이 넘치는 선수”라며 “시즌 끝날 때까지 몸 관리 잘해서 마무리를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뒤에서 열심히 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 날에는 물론 스트레스도 받는다. 평소 프로야구를 좋아해 비시즌 땐 ‘직관’을 종종 갔었는데 올해는 무관중 경기였던 탓에 경기장을 찾지 못했다. 대신 요즘은 반려견 짱아와 시간을 보내며 스트레스를 푼다. “강아지 배를 만지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하더라고요. 요새 스트레스 받으면 무조건 집으로 가서 짱아랑 놀아요.” 신연경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선수로서의 목표가 궁금했다. 의외로 소박했다.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는 것.” 그러기 위해선 몸 관리도 철저해야 한다. 무릎부상의 여파가 남긴 했지만, 더 치열하게 관리하려고 한다. “항상 몸이 좋을 수 없지만 꾸준히 중간 지점에 머물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팀에서 잘 관리해주신 덕분에 계속 운동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을까. “포기하지 않는 선수, 열정이 있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주연도 중요하지만 조연도 중요하잖아요. 팀이 더 빛날 수 있도록 뒤에서 열심히 하는 선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신연경 같은 선수가 있는 한 올 시즌 기업은행의 돌풍은 쉽게 사그라들 지 않을 듯하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