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나달이 11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대회에서 우승한 뒤 기뻐하고 있다. 파리/EPA연합뉴스
스페인의 라파엘 나달(34∙2위)이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에서 세계 1위 노바크 조코비치(33∙세르비아)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 우승으로 나달은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4위∙스위스)와 같은 메이저대회 20차례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나달은 11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스타드 롤랑가로스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조코비치를 3-0(6-0 6-2 7-5)으로 제압했다. 우승 상금은 160만유로.(약 21억7천만원) 나달은 프랑스오픈 4연패를 달성하며, 이 대회에서만 13번째 정상에 오르는 기록을 남겼다.
세계 1∙2위의 대결답게 치열할 것으로 보였던 결승전은 나달의 압승이라는 의외의 결과로 끝났다. 조코비치는 경기 내내 답답한 듯한 포즈를 여러차례 취했다. 불규칙 바운드로 인해 잃은 포인트도 여럿 됐다. 그만큼 경기가 잘 안 풀렸다는 의미. 반면 ‘흙신’이라는 별명답게 나달은 클레이 코트에서 유독 강한 모습을 이어갔다.
1세트 시작은 조코비치가 40-15로 기세를 잡았으나 나달이 브레이크를 성공시키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그 뒤로는 나달의 일방적인 페이스가 이어졌다. 게임 스코어 3-0으로 앞선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는 3번의 브레이크 포인트 위기를 넘기고 4-0을 만들면서 1세트는 사실상 나달의 것으로 돌아갔다.
6-0으로 1세트를 허무하게 잃은 조코비치는 반격했다. 2세트 첫 게임을 역전으로 따내며 반전을 노렸으나, 나달이 5게임을 연속으로 따내며 조코비치를 무너뜨렸다.
3세트에선 마지막 반격을 노린 조코비치도 만만치 않았다. 조코비치는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 3-3 균형을 맞춘 뒤 5-5까지 끝까지 물고 늘어졌다. 그러나 자신의 서브 게임에서 더블 폴트를 범하고 말았다. 나달은 힘이 빠진 조코비치를 몰아 붙여 마지막 서브 게임에서 한 포인트도 내주지 않는 ‘러브 게임’으로 마무리하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게임 시간은 총 2시간 41분. 이날 조코비치는 실책 30개를 기록하며 6개에 그친 나달 앞에서 스스로 무너졌다.
이번 13번째 우승으로 프랑스오픈 통산 100승(2패)를 채운 나달은 프랑스오픈 외에 US오픈에서 4번 우승했고 윔블던은 두 번, 호주오픈에서는 한 차례 우승했다. 페더러의 경우 윔블던 8회와 호주오픈 6회, US오픈 5회와 프랑스오픈 1회로 메이저 20승을 채웠다. 페더러보다 5살 아래기 때문에 나달이 페더러의 기록을 깨는 것은 시간문제다.
올해 US오픈 16강 실격패가 유일한 패배였던 조코비치는 이번 시즌 패를 2패로 늘렸다. 프랑스오픈에서만 통산 네 번째 준우승이라는 아쉬움을 남겼다.
나달은 이날 우승 뒤 “기록이나 스포츠 역사의 측면도 있겠지만 페더러의 기록과 동률이 됐다고 해서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프랑스오픈에서 또 우승했다는 자체로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조코비치는 “나달이 달성한 업적에 경의를 표한다. 오늘 그는 뛰어났다. 특히 1, 2세트는 거의 완벽했다”고 패배를 인정했다.
부상 재활 중인 페더러도 자신의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나달은 오랜 기간 나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존재로 인해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었다”고 나달의 우승을 축하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