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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 계기로 ‘남북 왕래’ 뚫어야죠”

등록 2020-09-22 18:50수정 2020-09-23 02:36

[짬] 남북체육교류협회 김경성 이사장

김경성 남북체육교류협회 이사장이 지난 21일 고양시의 협회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박경만 기자
김경성 남북체육교류협회 이사장이 지난 21일 고양시의 협회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박경만 기자

“독일 통일의 힘은 사람의 왕래에서 나왔고 인적 교류의 90%는 스포츠를 통해 이뤄졌습니다.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은 남북간 왕래의 길을 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지난 15년간 남북 유소년 축구 교류전을 22번이나 성사시켰던 남북체육교류협회 김경성 이사장은 21일 인터뷰에서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회담 이후 남북대화가 꽉 막힌 현실에 대해 “스포츠 교류가 가장 효과적인 대화 수단이며, 유엔제재를 피할 수 있어 북한도 수용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강조했다.

‘남북 강원도’ 공동개최 가능성 두고
세계 청소년 선수들 훈련 초청 지원
평창~마식령·양양~갈마·속초~원산
땅길 하늘길 바닷길 모두 열 수 있어

‘공은 둥글다, 우리는 하나다’ 펴내
“독일처럼 사람 오가는 게 통일의 힘”

‘공은 둥글다 우리는 하나다’ 표지. 사진 남북체육교류협회 제공
‘공은 둥글다 우리는 하나다’ 표지. 사진 남북체육교류협회 제공

그는 특히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경험을 살려 2024년 강원도에서 열리는 동계 청소년올림픽의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해 남북 경색 국면의 돌파구를 열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강원도는 지난 1월 제135차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아시아 최초로 ‘제4회 동계 청소년올림픽대회’ 개최지로 확정됐다. 이 대회는 2024년 1월19일부터 2월2일까지 약 15일간 강원도 평창·강릉·정선 등에서 치러지며, 70여개 나라에서 선수 1800여명을 포함해 약 2600여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강원도는 ‘남북 강원도’의 공동개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회 이름을 ‘강원’이라 붙였다.

김 이사장은 최근 펴낸 책 <공은 둥글다, 우리는 하나다>에서도 “강원도 동계 청소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는 금강산 관광 등 사업으로 연결될 수 있다”며 “남북 강원도가 평창과 북의 마식령스키장에서 세계 청소년 선수들을 초청해 훈련을 지원한다면 평창에서 마식령까지 땅길, 양양공항에서 북의 갈마공항까지 하늘길, 속초에서 원산까지 바닷길이 자연스럽게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금강산(원산)과 개성 체험학습을 꿈꾸는 아이들을 위해 강원도와 함께 스포츠 교류를 통한 남북 관광사업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강원도는 이를 위해 속초와 원산항을 오가는 1만7천t급 크루즈 선박 2척과, 양양공항에서 북에 취항할 187석 규모 항공편 2대를 준비중이다. “최근 외국 관광단을 모집중인 북한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개성을 통한 판문점, 원산을 통한 금강산 관광사업은 재개,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학생들의 북한지역 체험학습, 시민 대상 관광사업 추진도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는 책에서 남북체육교류협회와 북한 4·25체육단이 공동주관해온 ‘아리스포츠컵 국제유소년축구대회’를 ‘경평전’에 뿌리를 둔 남북 평화교류의 상징이 되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아리스포츠컵대회는 2006년부터 15년간 총 22회의 남북 체육교류전을 성사시켰으며, 남북의 정치·군사적 위기 때마다 평화를 잇는 구실을 해왔다. 그는 남북이 2020대회를 원산에서 열기로 합의했으나 코로나19 탓으로 열리지 못하는 상황을 안타까워 했다.

김 이사장은 현재 추진중인 남북 스포츠교류 종합센터가 건립되면, 북으로부터 제공받은 평양시 사동 35만㎡에 지을 계획인 ‘평양 스포츠 종합센터’와 교류를 정례화해 남북 스포츠교류 거점으로 삼을 계획이다. 현재 경기 포천시가 센터 유치를 위한 타당성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그는 동등한 격의 대화 통로로 총리급을 위원장으로 하는 ‘남북체육교류위원회’ 신설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북은 국가체육위원회(총리급)가 체육을 총괄하고, 그 아래 내각 소속 체육성(장관급)이 실무를 담당하는데, 남한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제2차관 아래 체육국에서 실무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무엇보다 스포츠 교류는 정권과 무관하게 일관성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스크바가 동독을 포기했 듯, 베이징과 워싱턴도 자국의 이익을 위해 언젠가 한반도에서 손을 뗄 수 있을 겁니다. 남북이 스스로 결정해야할 때를 대비해 독일처럼 일관된 교류 정책을 꾸준히 시행해야 합니다.”

통독 때까지, ‘접근을 통한 변화’라는 서독의 동방정책에 따라 동독과 연 6천건 안팎의 스포츠 교류를 통한 왕래가 30년간 지속적으로 이뤄졌는데 비해, 우리는 분단 70년간 방북 인원 147만여명, 방남 인원은 9163명에 불과하다.

“북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 개성공단연락사무소 폭파 등 눈에 보이는 것만 보고 일희일비하면 안됩니다. 멀리 보면 하나의 과정일 뿐입니다. 남북관계는 보이는 것보다 그 너머에 눈을 두어야 합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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