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들 “독단·무능” 불만 팽배… 개혁 요구 커져
프로배구가 출범 두번째 시즌을 맞아 팀간 치열한 각축전 양상이 벌어지며 재미를 더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리그를 관장하는 한국배구연맹(총재 김혁규)의 행정을 놓고는 구단들의 불만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비판의 목소리는 연맹 행정이 독단적이고 무능력하다는데 집중된다. 한 남자배구단 사무국장은 “이번 시즌부터 홈 앤드 어웨이가 도입돼 개별경기 홍보는 개별구단이 해야겠지만, 전체적인 리그 홍보는 연맹이 나서야 하는데 현재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연맹이 구단보다 아이디어가 뒤떨어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구단 사무국장도 “실무위원회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은 안들을 연맹이 이사회에서 기습적으로 내놔 통과시킨 게 한두번이 아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한 여자배구단 사무국장은 “구단들의 불만이 목까지 차 올랐지만,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사람이 없을 뿐”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 관계자는 내년 4월22일과 23일 한국과 일본의 프로배구 우승팀끼리 맞붙는 인터리그대회와 관련해 “4월초 챔피언전이 끝난 뒤 2주 만에 또 일본에 가서 경기를 치르면 선수부상 우려가 커 구단들이 반대했지만 연맹이 그냥 밀어붙였다”며 연맹 행정의 독단성을 지적했다.
배구계에서는 연맹의 ‘옥상옥’ 구조가 원활한 소통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배구연맹은 실무를 맡는 연맹 사무국 직원은 10여명인데 ‘윗선’은 사무국장, 사무총장, 총재 특보 등 3명이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반대의견도 있다. 한 남자구단 사무국장은 “어차피 주요 의사결정은 이사회가 내리는데, 이사회 이사는 각 구단 단장이 아니냐”며 다른 구단의 연맹 비판에 책임 떠넘기기 성격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일부 구단에서는 단장이 김혁규 총재에게 직접 윗선 물갈이를 요구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어 연맹의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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