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부 삼국지’ 뜨겁다
‘절대강자’ 최태웅 ‘백전노장’ 함용철 ‘신진고수’ 권영민
다른 스포츠처럼 배구도 대개 스포트라이트는 공격수를 향한다. 이들이 공중에서 화려한 강타를 터뜨리기 바로 직전 세터들이 네트 아래서 띄우는 고감도 토스가 필수적이라는 사실은 쉽게 잊혀지곤 한다. 배구에서 세터는 공격수 이상으로 중요한 자리다. 2005∼2006 프로배구판에도 자타가 공인하는 명세터들의 물밑 전쟁이 뜨겁다.
현재 기록상으로는 최태웅(삼성화재)-함용철(엘지화재)-권영민(현대캐피탈)이 세터부문 수위에 올라 있다. 이들은 토스를 올려 공격이 성공한 전체 횟수를 출전 세트수로 나눈 ‘세트’ 기록에서 각각 12.3개-11.4개-10.9개 순으로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현재 3강체제를 이룬 팀만큼 실력도 출중하지만 저마다의 장점을 갖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세터’ 최태웅(29)은 패배를 모르는 자신감이 가장 큰 무기다. 동갑내기 팀 동료 장병철 석진욱과 함께 인하사대 부속 중·고 6년 동안 각종 대회 우승을 휩쓸었고, 대학최강 한양대에서 뛰며 단맛만 봤다. 1999년 삼성화재 입단 뒤에도 죄다 우승했다. 다양한 토스로 상대수비를 흔드는 게 돋보인다. 제아무리 큰 경기에서도 결코 ‘쫄지’ 않는다.
현역 최고령 선수 함용철(35)은 그야말로 관록이 돋보이는 세터. 10살에 시작했으니 배구인생 25년째다. 그만큼 세밀한 배구를 좋아한다. 중앙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간차·속공 플레이를 유도해내는 능력이 뛰어나 이에 번번이 당하는 상대방 센터의 미움을 사고 있다.
권영민(25)은 1m90이라는 큰 키를 이용해 날리는 한 박자 빠르고 공격적인 토스가 자신의 브랜드다. 최천식 해설위원은 “커버 범위가 넓기 때문에 리시브하는 선수들의 부담을 던다는 것도 권영민의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세터 부문에서 9.5개로 4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전력의 김상기도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토스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다만, 꼴찌인 팀 성적에 빛이 덜 날 뿐이다. 힘이 넘치는 스파이크 서브도 장기이고, 1m78의 키로 가로막기도 곧잘 한다.
이들의 뜨거운 ‘배달부’ 경쟁이 새해를 맞는 프로배구판에서 공격수 경쟁에 못지 않은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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