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좋을 수가…. 박규철(오른쪽)-문혜경이 28일 2019 세계소프트테니스선수권대회에서 혼합복식 금메달을 따낸 뒤 태극기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 제공
무려 16살 차이가 나는 환상의 혼합복식 짝. ‘전위’에 선 ‘오빠’는 코트 앞에서 훨훨 날았고, ‘후위’를 책임진 ‘동생’은 폭발적인 백스트로크로 상대를 무력화시켰다.
주인공은 지난 28일 밤 중국 저장성 타이저우시 스포츠센터 실내코트에서 열린 2019 세계소프트테니스선수권대회 혼합복식에서 금메달을 따낸 박규철(38·달성군청)과 문혜경(22·NH농협은행) 콤비다.
둘은 이날 혼합복식 결승전(9게임 5선승제)에서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대만의 위카이웬-청추링 짝을 게임스코어 5-1로 물리치고 우승했다. 한국팀의 우승이 확정되자 김경한(46·달성군청) 남자대표팀 코치는 “금메달도 좋지만 지난해 아시안게임 때 진 것을 복수했다”며 좋아했다. 당시 혼합복식 결승에서 김기성(창녕군청)-문혜경은 이들한테 3-5로 져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박규景과 문혜경의 결승전 모습.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 제공
박규철과 문혜경이 경기 뒤 기쁨을 나누고 있다.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 제공
한국 나이로 불혹을 앞둔 베테랑인 박규철은 남자대표팀 주장이다. 1m83, 87㎏인 육중한 몸집인데도 이날 네트 앞에 바짝 붙어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고 강스매시를 폭발시키는 등 빛나는 활약을 펼쳤다. 이 종목 사상 첫 세계대회 2연패를 달성한 박규철은 “모든 분들한테 너무 감사 드린다”며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세계대회에서 혼합복식 금메달을 따서 고맙다. 짝꿍 혜경이가 너무 잘해줘서 혜경이 때문에 우승한 것 같다. 고맙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파트너의 활약에 공을 돌렸다.
여자대표팀 에이스로 세계대회에는 처음 출전해 금메달은 딴 문혜경은 “이렇게 좋은 파트너 오빠를 만나서 제가 편하게 게임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역시 파트너에게 공을 돌렸다.
박규철은 우여곡절 끝에 만 31살에 국가대표에 발탁된 늦깎이. 그는 “대학(공주대) 졸업하고 실업팀 갔다가 잘 안 돼서 군대 갔다 와서 그렇게 됐다”며 “일반병으로 제대한 뒤 은퇴도 생각했지만 마음을 고쳐 다시 해보자고 했다. 4년 동안 방황하며 쉬다가 31살 때 코트에 복귀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때 태극마크를 달고 남자단체전 금메달, 남자복식과 혼합복식 동메달을 따낸 바 있다. 박규철은 “체력적으로 힘든 부분도 있는데 체력훈련을 많이 해와서 괜찮다”고 했다.
아시안게임과 세계대회 등에서는 첫 금메달을 획득한 문혜경은 이날 우승 뒤 박규철과 함께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코트를 돌며 기쁨을 만끽했다. 1m66, 70㎏으로 단단한 체격을 갖춘 문혜경은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는 여자단체전과 혼합복식에서 은메달 성적을 낸 바 있다. 그를 소속팀에서 지도해온 유영동 감독(NH농협은행)은 “혜경이는 백핸드스트로를 특히 잘친다”고 했다.
타이저우(중국)/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박규철(오른쪽)-문혜경이 혼합복식 금메달을 따낸 뒤 기쁨을 나누고 있다.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