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4가지 극한 스포츠 대회 개최한 박기섭씨
“막노동해도 인간 모험정신 포기 못해”
올해 초 아주 ‘비상식적’이고 ’어처구니 없는’ 대회가 참가자를 모았다. 대회 종목은 4가지. 3월엔 한강 둔치에서 24시간 달리기, 6월에는 제주도에서 철인 3종경기, 10월엔 당진 앞바다에서 100㎞ 아웃리거 카누, 12월에 평창에서 100㎞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해 최종 승자를 뽑는 것. 어느 한 종목 출전하기 조차 두려운 극한 스포츠의 집합이었다. 모두 9명이 참가신청을 했다. 체력과 정신력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한 사람’들이 세계에서 처음 만들어진 ‘제1회 챌린지컵 시리즈’에 나선 것이다. 첫 관문인 24시간 달리기는 8명이 완주했으나, 철인 3종에서 4명이 탈락했고, 아웃리거 카누부터는 오직 한사람이 외로운 독주를 했다. 프랑스 외인부대 출신의 우승자인 김연수(27)씨의 기록을 통해 대회를 엿보자. 24시간 달리기에서는 155.3㎞를 달렸고, 철인3종은 13시간17분20초, 아웃리커 카누는 23시간54분01초,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11시간9분36초. 3월 달리기·6월 철인3종·10월 커누·12월 크로스컨트리
‘챌린지컵’ 9며여 독한 도전…최후의 생존자 김연수씨 우승
이런 대회를 1년간 참가하며 우승한 김씨도 대단한 사람이지만 이 대회를 만든 박기섭(40·사진)씨도 주변에서 알아주는 ‘돈키호테’이다. 고교(정석항공공고)시절부터 철인3종에 빠진 박씨는 졸업 후 막노동판을 전전하며 단축 철인3종경기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했다. 제대한 뒤 박씨는 하와이로 날아가 당시 세계철인3종본부 데이브 예이츠 부회장을 만나 철인3종경기의 한국 개최권을 따냈다. 그리고 당시 일반인들에겐 생소한 철인 3종경기(수영 3.9㎞, 사이클 180.2㎞, 마라톤 42.195㎞)를 1991년 처음 제주도 성산포에게 개최하는데 성공했다. 택시, 버스 운전과 막노동판을 전전하며 생계를 이어간 박씨는 2000년에는 국내 처음으로 24시간 달리기 대회를 제주도에서 개최했다. 이어 2004년 바다에서 타는 아웃리거 카누를 국내에 들여 온 박씨는 급기야 4개 종목을 한해에 걸쳐 치루는 챌린지컵 대회를 만든 것이다. 공식 직함이 ‘한국 철인3종경기본부’ 본부장인 박씨는 사무실도 없이 틈나는대로 대회를 준비하며 일용노동판을 돌며 돈을 번다. 그리고 조금씩 번 돈을 모아 대회를 연다. 이번 챌린지컵의 경비 2500만원도 박씨가 ‘몸을 팔아’ 번 돈이다. “저런 운동은 서양인이나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떨쳐 버리게 하고 싶었습니다.” 철인3종 등의 극한 스포츠는 아직은 ‘비싼 스포츠’이다. 사이클도 비싸고, 출전비도 수십만원이다. 그런데 그런 대회를 한국에 도입하고 이끌어 가고 있는 박씨는 ‘막노동꾼’이었다. 시간이 나면 노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운동도 못한다. 박씨는 꿈은 크다. 아프리카에서 달리기를, 아시아에서는 아웃리거 카누를, 유럽에선 스키를, 아메리카에서는 철인3종을 하는 대륙별 월드시리즈를 만드는 것이다. 인내와 끈기가 강한 한국인들은 극한 스포츠에 강하다고 말하는 박씨는 “기업들이 이제는 자연 환경과 인간의 모험심이 결합된 극한 스포츠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할때”라고 강조한다. 글·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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