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드민턴 대표팀 이소희와 신승찬 짝이 지난해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복식 8강전에서 인도네시아 짝을 상대로 열띤 경기를 펼치고 있다.
2회 연속 세계개인선수권대회에서 메달을 따내지 못한 한국 배드민턴.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40년 만에 노 메달에 머문 뒤 절치부심 명예회복을 노렸지만 아쉽게 대회를 마무리했다.
안재창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19일부터 스위스 바젤의 장 야콥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 세계개인선수권대회에 나섰지만 4강에 한 명(조)도 오르지 못했다. 남녀 단식과 복식, 혼합 복식까지 5개 종목에서 모두 4강 진출이 무산됐다.
지난해 중국 난징 대회까지 2회 연속 노 메달이다. 2017년 남자 단식 손완호(인천국제공항)의 동메달 이후 가뭄이 이어졌다. 이 대회에서 대표팀의 마지막 금메달은 2014년 남자 복식 고성현-신백철(이상 김천시청)이다.
애초 대표팀은 이번 대회 1~2개의 메달을 기대했다. 최근 상승세를 보인 여자 복식에서 일을 내줄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지난 5월 뉴질랜드오픈과 지난달 일본오픈에서 세계 랭킹 1, 2위 등 일본의 상위 랭커들을 모두 격파한 김소영(27·인천국제공항)-공희용(23·전북은행)이 기대감을 부풀렸다.
하지만 둘은 중국의 벽을 넘지 못했다. 32강전에서 동웬징-펑슈잉(중국)을 2 대 0으로 완파했지만 16강전에서 세계 4위 천징천-지아이판(중국)에 역시 1 대 2로 졌다. 부상에서 돌아온 이소희(25)-신승찬(25·이상 인천국제공항)도 8강에 올랐지만 세계 3위 후쿠시마 유키-히로타 사야카(일본)에 1 대 2로 석패했다.
역시 내년 도쿄올림픽에서 기대를 모으는 혼합 복식 서승재(22·원광대)-채유정(24·삼성전기)도 메달이 무산됐다. 세계 7위인 서승재-채유정은 8강전에서 랭킹 1위 정쓰웨이·황야충(중국)에 0 대 2로 졌다. 남자 단식 이동근(29·MG새마을금고), 허광희(24·국군체육부대)와 여자 단식 성지현(28), 김효민(24·이상 인천국제공항) 등도 조기 탈락했다.
다만 한국 배드민턴은 이번 대회에서 젊은 선수들이 가능성을 확인했다. 남자 복식 최솔규(24·요넥스)-서승재원광대)는 32강전에서 세계 랭킹 1위 마커스 페르날디 기데온-게빈 산자야 수카물조(인도네시아)를 2 대 1로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세계 23위인 이들은 16강에서도 세계랭킹 9위 리양-왕치린(대만)을 제압했다. 비록 8강에서 7위 파자르 알피안-무하맛 라이언 아르디안토(인도네시아)에 0-2로 졌지만 세계 배드민턴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여자 단식 김가은(21·삼성전기)도 첫 세계선수권에서 비록 졌지만 16강전에서 세계 2위 타이쯔잉(대만)을 듀스 접전으로 몰아붙이며 안세영(17·광주체고)과 함께 차세대 주자임을 확인했다.
안재창 감독은 이번 대회에 대해 “메달이 나오지 않아 아쉽긴 하지만 선수들이 100% 최선을 다해줬다”며 “젊은 선수들이 좋은 경험을 쌓았을 것”이라고 총평했다. 이어 “사실 김소영-공희영의 경우 최근 갑자기 좋은 성적으로 주목을 받아 큰 대회에 대한 부담이 컸던 것 같다”며 “경기 후 다독였지만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고 귀띔했다.
당면 목표인 내년 올림픽까지는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안 감독은 “지난해 아시안게임 노메달 이후 선수와 코치들 모두 조급했던 게 사실”이라며 “큰 경기일수록 여유를 가져야 한다는 점을 이번 대회를 통해 깨달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선수들이 올림픽 출전 랭킹 포인트를 쌓기 위해 국제대회에 출전하면서 강훈련을 함께 하고 있다”며 “부상을 조심하면서 이제는 체력보다 기술과 전술적인 부분을 강조할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이번 대회를 관전한 박기현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은 “여자 복식 등 기대했던 종목에서 메달이 나오지 않아 아쉽다”면서도 “남자 복식과 김가은이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대등한 경기를 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번 대회를 통해 어떤 점이 부족한지 모두 잘 깨달았을 것”이라며 “향후 대표팀이 올림픽에 매진하도록 필요한 부분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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