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스포츠 스포츠일반

광주세계수영대회는 다시 열릴 수 있을까요

등록 2019-07-26 19:20수정 2019-07-26 19:25

[토요판] 친절한 기자들
지난 18일 오전 한국 여자 수영 대표팀의 김서영 선수가 광주 광산구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지난 18일 오전 한국 여자 수영 대표팀의 김서영 선수가 광주 광산구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12일 개막부터 쭉 달려온 2019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가 28일 끝납니다. 대회 전에는 제대로 될까 걱정이 많았던 터라 무리 없이 종착역으로 향해가는 광주대회가 참 대견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북한이 불참한 것은 아쉽지만,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펼친 수영축제는 날마다 경이의 연속입니다. 안녕하세요. <한겨레> 스포츠팀에서 수영을 맡고 있는 김창금입니다. 개막부터 약 보름 동안 현장에서 광주수영대회를 지켜보았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광주대회 조직위원회에서 일하는 수영 선수 출신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세계 5대 스포츠 행사로 꼽히는 세계수영대회는 적어도 개회 6개월 전부터 경기장을 갖추고 테스트까지 진행해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광주에서는 지난달까지 망치 소리가 그치지 않았습니다. 세계수영연맹의 실무 최고 책임자가 항의의 표시로 “물병을 던지고”, 우회 경로를 통해서 “이러려면 대회 반납하라”고 윽박지르던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개막식부터 완전히 다른 풍경이 펼쳐집니다. 광주 남부대 주경기장을 비롯해 조선대 하이다이빙 등 시설 작업이 잘 마감됐고, 선수촌 아파트, 식당, 수송시설, 훈련 서비스 등의 수준에 선수들은 엄지를 치켜세웠습니다. 개막 첫주 훌리오 마글리오네 국제수영연맹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최고의 대회”라는 찬사를 내놨습니다. 예상과 달리 순조롭고 안전하게 대회가 진행되니 한국의 저력에 새삼 놀랐겠죠.

대부분의 시설을 임시 구조물로 지어 사후 관리비용을 절감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였습니다. 이용섭 광주대회 조직위원장은 “고정 시설물로 지을 때보다 90% 이상 경비 절감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전체 예산은 2018 평창겨울올림픽의 5.24%, 2014 인천아시안게임의 11%에 그쳤습니다. 푹푹 찌는 더위에도 미소를 잃지 않고 셔틀버스를 안내하는 시민 자원봉사자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열없는 일도 있었습니다. 한국 남자 다이빙의 간판 우하람 선수는 영문 ‘KOREA’도 없는 운동복 유니폼을 입을 수밖에 없었고, 오픈워터의 백승호 선수는 매직으로 ‘KOR’를 쓴 수영모를 쓰고 출전했습니다. 선수의 기본 장비도 챙기지 못한 대한수영연맹의 넋 빠진 행정이 불러온 사고입니다.

경기력이 없으면 흥행도 어렵습니다. 여자 다이빙의 김수지 선수가 1m 스프링보드 동메달로 2011년 박태환 이후 세계대회에서 처음 입상하면서 한국은 개최국 노메달 처지에서는 벗어났습니다. 우하람은 올림픽 종목인 3m 스프링보드와 10m 플랫폼에서 메달권에 근접한 실력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메달 42개가 걸린 경영에서는 김서영 외에는 8명이 겨루는 결선에 진출한 선수가 없습니다. 대표팀이 국외 전지훈련이라도 할 수 있도록 조직위원회와 수영연맹이 좀더 긴밀하게 머리를 맞댔으면 어땠을까 생각해봅니다.

국제수영연맹은 최근 2025년, 2027년 세계대회를 러시아의 카잔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두곳은 2015년, 2017년 이미 대회를 열어 10돌째에 다시 대회를 유치한 셈입니다. 올해 대회를 치른 광주도 10돌째인 2029년 다시 세계수영대회를 열 수 있을까요?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광주는 이번 대회를 계기로 수영진흥센터 건립 등을 추진하고 ‘수영도시’라는 홍보 효과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저비용 고효율’을 아무리 강조했어도 지방비·국비를 합쳐 2240억원이 들어갔습니다. 전전임 시장 때 유치한 스포츠 대회를 후임 시장이 뒷감당하는 것도 안쓰러운 일입니다. 앞으론 좀더 작은 스포츠 행사를 열거나, 시민의 스포츠 복지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쪽으로 체육예산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평화의 물결 속으로’라는 슬로건처럼 세계대회가 지구촌 사람들이 만나고 소통하는 유력한 도구라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지만요.

김창금 스포츠팀 기자 kimc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스포츠 많이 보는 기사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1.

여자국수 김채영 9단, 박하민 9단과 결혼…12번째 프로기사 부부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2.

파리 생제르맹·레알 마드리드, 챔피언스리그 PO 1차전 승리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3.

아깝게 메달 놓쳤지만…37살 이승훈, 역시 ‘한국 빙속 대들보’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4.

최성원과 차유람 앞세운 휴온스, 팀 리그 PO 기적의 막차 탈까?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5.

한국 여자컬링, 일본 ‘완벽봉쇄’…2연승으로 1위 순항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