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박 조코비치가 14일(현지시각) 2019 윔블던 남자단식 결승에서 로저 페더러를 세트 스코어 3-2로 누르고 우승한 뒤 시상식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무려 4시간57분 동안의 혈투. 가히 세기의 대결이라고 할 만했다. 윔블던 역사상 가장 긴 결승 대결에서 세계랭킹 1위 노박 조코비치(32·세르비아)가 3위 로저 페더러(38·스위스)를 잡고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조코비치는 14일(현지시각)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 론 테니스클럽에서 열린 2019 윔블던(총상금 3800만파운드:558억원) 마지막날 남자단식 결승에서 페더러를 세트 스코어 3-2(7:6<7:5>/1:6/7:6<7:4>/4:6/13:12<7:3>)로 물리치고 지난해에 이어 또다시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 235만파운드(34억7천만원).
지난 1월 호주오픈 남자단식에서 우승한 조코비치는 올해 두번째 그랜드슬램대회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윔블던 남자단식에서는 통산 5회 우승(2011, 2014, 2015, 2018, 2019년)을 차지했다. 특히 호주오픈 7회, 프랑스오픈 1회, 유에스(US)오픈 3회 등 그랜드슬램대회 남자단식 우승 기록을 통산 16회로 늘렸다. 페더러(20회), 라파엘 나달(18회)에 이은 역대 3위 기록이다.
페더러가 조코비치한테 패한 뒤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조코비치는 이날 시종 끈질긴 리턴샷과 폭넓은 코트 커버능력을 선보이며, 윔블던 남자단식 역대 최다인 9회 우승을 노리던 페더러를 침몰시키며 세계랭킹 1위의 위용을 뽐냈다. 경기 뒤 조코비치는 코트에 주저앉아 잔디를 뜯어 씹어먹는 장면을 보여주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했다.
페더러는 이날 5세트 게임스코어 8-7로 앞선 상황에서 자신의 서브 게임 때 40-15로 앞서며 매치포인트 기회를 잡았으나 결국 듀스를 허용한 끝에 게임을 내줘 두고두고 아쉬움을 남겼다.
조코비치는 이날 승리로 페더러와 상대전적에서 26승22패를 기록했고, 윔블던에서 페더러와 4차례 만나 3승1패를 기록하는 등 우위를 지켰다. 윔블던 결승에서만 2014년, 2015년에 이어 올해까지 3번 만나 모두 페더러를 잡고 우승했다.
이날 윔블던 단식 역사상 처음으로 5세트 12-12에서 타이브레이크가 실시됐고, 집중력이 강한 조코비치가 1, 3세트 타이브레이크에 이어 5세트 타이브레이크까지 가져가며 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조코비치가 자신의 주특기인 리턴샷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런던/AFP 연합뉴스
페더러가 네트로 질주해 발리를 성공시키고 있다. 런던/EPA 연합뉴스
조코비치는 이날 3세트까지 페더러의 서브게임을 한번도 브레이크하지 못하고도 세트스코어 2-1로 앞서며 승기를 잡았다. 1세트 타이브레이크에서는 페더러가 5-3으로 앞선 상황에서 서브권까지 가진 유리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페더러는 포핸드 실수가 나오며 5-4로 추격을 당했고, 조코비치는 자신의 두차례 서브 때 모두 포인트를 따내며 6-5로 역전했고 이후 페더러의 서브 게임 때 그의 백핸드 스트로크에 실수가 나오며 1세트가 58분 만에 마무리됐다.
2세트에서는 페더러가 초반 조코비치의 서브게임을 연이어 브레이크하며 게임스코어 4-0으로 달아났고, 결국 6-1로 승리했다.
3세트에서도 페더러가 게임스코어 5-4로 앞선 상황에서 세트포인트 기회를 먼저 잡았으나 조코비치가 반격에 성공하며 결국 6-6에서 타이브레이크가 진행됐고, 다시 조코비치가 7-4로 이겼다.
페더러는 4세트를 게임스코어 6-4로 잡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놨으나, 5세트 팽팽한 접전 끝에 게임스코어 12-12로까지 가는 등 승부를 내지 못해 다시 타이브레이크에 돌입했다. 윔블던에서는 올해부터 마지막 세트에서는 게임스코어 12-12까지 승부가 정해지지 않으면 타이브레이크를 하는 것으로 규정이 바뀌었다. 지난해까지는 2게임 차가 날 때까지 계속경기가 진행됐다.
5세트 타이브레이크에서 조코비치는 페더러의 실책에 편승해 4-1로 까지 달아나 승기를 잡았고, 결국 7-3으로 끝냈다.
로저 페더러의 부인(미르카 페더러)과 아버지(로베르트 페더러)가 관중석에서 열띤 응원을 하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페더러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했더라면 만 37살11개월의 나이로 프로 선수들의 그랜드슬램대회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이후(오픈 시대) 최고령 그랜드슬램대회 남자단식 우승 기록을 세울 수 있었으나 문턱에서 좌절했다.
페더러는 서브 에이스 25-10, 공격 성공횟수 94-54로 우위를 보였으나, 랠리싸움에서 견고한 조코비치에 밀려 실책을 잇따라 범하는 등 고비를 넘지 못하고 무너졌다. 그러나 변화무쌍한 서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발리 능력을 선보이는 등 기술적 측면에서는 조코비치에 앞서며 당대 최고의 테니스 스타임을 보여줬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