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페더러가 2일(현지시각) 2019 윔블던 남자단식 1회전에서 로이드 해리스(남아공)을 상대로 자신의 주특기인 강서브를 넣고 있다. 그는 세트스코어 3-1로 이겼다. 런던/AP 연합뉴스
“서브 6.7개당 1개 꼴로 에이스를 꽂아넣었다.”
당대 최고의 테니스 스타 로저 페더러(38·스위스). 그가 1999년부터 2018년까지 20년 동안 윔블던에서 보여준 서브 능력을 단번에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세계랭킹 3위인 그의 위대함은 하드코트나 클레이코트, 잔디코트 등 가릴 것 없이 드러났지만, 잔디코트에서 펼쳐지는 윔블던에서 더욱 빛났다.
페더러는 1999년 처음으로 윔블던 남자단식에 도전장을 내 본선 1회전 탈락의 고배를 마신 이후 역대 최다인 통산 8회 우승(2003, 2004, 2005, 2006, 2007, 2009, 2012, 2017)의 금자탑을 쌓았다. 5번째 도전 끝에 2003년 결승전에서 호주의 마크 필리포시스(당시 48위)를 누르고 첫 우승을 차지했는데 당시 1회전에서 이형택(당시 55위)을 세트스코어 3-0으로 제압하기도 했다.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는 4일(한국시각) 자체 정보시스템(Infosys)을 통해 그가 특히 윔블던에서 강한 이유를 그의 강점인 서브를 통해 분석했다.
투어 누리집은 “윔블던에서 딸기와 크림은 맛있는 조합”이라며 “페더러의 서브와 멋진 카페트처럼 센터코트를 덮고 있는 다년생 호밀 잔디와의 조합도 그렇다”고 설명했다.
2019 윔블던에서 강서브를 넣고 있는 로저 페더러. 런던/AFP 연합뉴스
실제 페더러의 윔블던대회 첫 서브 성공률은 지난 10년 동안(2009~2018년) 65.4%로 각종 토너먼트 전체 평균(63.4%·18만2068/28만6946)보다 약 2% 높았다. 겨우 2%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 차이는 의미가 있다.
1999년부터 상대가 받아내지 못한 서브(Unreturned Serves)는 총 4120개였다. 첫 서브 리턴 불가 48.6%(3323/6839), 두번째 서브 리턴 불가 23.1%(797/3443)였다.
반면 더블폴트는 173개 뿐이었다. 총 3567개의 두번째 서브 중 실수한 게 4.9%에 그쳤다. 두번째 서브 때 평균 20개 중 1개 비율로 더블폴트가 나왔다는 뜻이다. 다른 선수들보다 서브 때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가 더 적다는 뜻이다.
서브 에이스도 총 1349개나 됐다. 총 8839개의 첫 서브 가운데 1311개, 두번째 서브에서도 38개의 에이스를 기록했다. 첫 서브 가운데 6.7개에 1개 꼴로 에이스가 나왔다.
아울러 페더러는 첫 서브 이후 득점률이 80%이고, 두번째 서브 이후 득점률도 60%나 됐다. 올해 윔블던 1라운드의 절반인 전체 64경기를 분석한 결과, 첫 서브 득점률 72%, 두번째 서브 득점률 52%에 비해 높은 수치다.
페더러는 잔디코트 승률 87.4%(181승26패, 우승 19회)로 하드코트 83.7%(762승148패, 우승 70회), 클레이코트 76.1%(223승70패, 우승 11회)보다 높다.
박용국 방송 해설위원(KBS N 스포츠)은 “잔디코트는 공이 바운드 될 때 하드코트보다 빠르고 낮게 깔리기 때문에 서브가 좋은 선수들이 포인트를 딸 확률이 높다”며 “윔블던을 포함해 잔디코트 시즌이 한달 남짓 되지 않는다. 잔디코트 시즌이 더 길었더라면 페더러는 더 많은 기록을 세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페더러는 현재 정규투어 남자단식 통산 102회 우승(그랜드슬램 20회, 마스터스 1000 28회 포함)을 기록중인데, 체력을 아끼는 효과적인 경기 운영으로 30대 후반임에도 절정의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페더러는 역대 윔블던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 점을 인정받아 세계 3위임에도 이번 대회에서 2번 시드를 받았다. 1번 시드 노박 조코비치(33·세르비아)와의 결승전이 성사돼 그가 통산 윔블던 9회 우승 고지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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