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신성’ 스테파노스 치치파스. AP 연합뉴스
세계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에서 이른바 ‘빅3’는 여전히 건재하다. 노박 조코비치(32·세르비아), 라파엘 나달(33·스페인), 로저 페더러(38·스위스)가 각각 세계 1, 2, 3위로 군림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빅3’도 이제 두려워 하는 ‘그들’의 시대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그리스가 낳은 ‘신성’ 스테파노스 치치파스(21)와 오스트리아의 도미니크 팀(26)이다.
치치파스는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빅3를 각각 한번씩 누르며 차세대를 이끌 선두주자로 떠올랐다. 페더러를 우상으로 공을 치기 시작해 그와 비슷한 플레이 스타일을 구사해 ‘리틀 페더러’라 불린다.
치치파스는 지난 12일(현지시각) 마스터스 1000 시리즈인 마드리드오픈 단식 4강전에서 나달한테 세트 스코어 2-1(6:4/2:6/6:3) 승리를 거두고 포효했다. 클레이코트에서 열린 대회였기에 ‘흙신’ 나달을 꺾은 것은 대단한 성과였다. 결승전에서 다시 무결점 플레이를 펼친 조코비치한테 0-2(3:6/4:6)로 졌지만 이 대회 선전으로 세계랭킹이 9위에서 7위로 뛰어올랐다.
치치파스는 1m93·85㎏의 몸집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서브가 장기이고, 한손으로 치는 백핸드도 일품이다. 박용국 해설위원(KBS N 스포츠·NH농협은행 스포츠단 단장)은 “치치파스는 하드이든 클레이든 어느 코트에서도 강한 올라운드형 플레이어로, 자신의 우상 페더러처럼 네트플레이도 잘한다. 특히 현대 테니스의 주흐름인 라이징샷을 잘친다”고 높게 평가했다.
치치파스는 지난 1월 호주오픈 남자단식 16강전에서 페더러를 잡고 세계를 놀라게 했다. 3-1(6:7<11:13>/7:6<7:3>/7:5/7:6<7:5>) 역전승. 4강전에서 나달한테 0-3(2:6/4:6/0:6)으로 진 게 아쉬웠다.
치치파스는 지난해 8월 만 20살의 나이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로저스컵(캐나다 토론토) 단식 16강전에서는 조코비치를 2-1(6:3/6:7<7:5>/6:3)로 꺾으며 자신의 존재를 알린 것이다. 그는 이 대회에서 도미니크 팀을 시작으로 조코비치, 알렉산터 츠베레프, 케빈 앤더슨 등 당시 톱10 스타들을 연파하고 결승까지 올랐다.
이후 그는 10월 스톡홀름오픈에서 그리스 선수로는 처음으로 정규투어 단식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고, 11월 ‘넥스트 제너레이션 에이티피(ATP) 파이널스’ 우승으로 차세대 선두주자임을 입증했다. 올해는 정규투어에서 4번 단식 결승에 올라 2번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도미니크 팀이 지난 3월17일 미국 인디언 웰스 하드코트에서 열린 마스터스 1000 시리즈인 비엔피(BNP) 파리바 오픈 단식 결승에서 로저 페더러를 세트 스코어 2-1로 누르고 우승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인디언 웰스/AFP 연합뉴스
현재 세계 4위인 도미니크 팀의 활약도 눈부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클레이코트에 최적화된 선수로 나달의 후계자로 꼽혔으나 올해는 하드코트에서도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팀은 지난 3월 미국 인디언 웰스의 하드코트에서 열린 마스터스 1000 시리즈인 비엔비(BNP) 파리바오픈 단식 결승에서 페더러를 2-1(3:6/6:3/7:5)로 잡고 우승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이어 4월 마스터스 500 시리즈인 바르셀로나오픈 단식 4강전에서는 나달을 2-0(6:4/6:4)으로 완파한 뒤 우승트로피까지 들어올렸다. 이후 마드리드오픈에서는 단식 8강전에서 다시 페더러를 2-1(3:6/7:6<13:11>/6:4)로 꺾고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4강전에서 조코비치와 두차례 타이브레이크 끝에 0-2(6:7<2:7>/6:7<4:7>)로 아쉽게 졌다.
팀은 치치파스처럼 백핸드를 한손으로 치는데, 스트로크 때 공의 회전량은 누구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많아 상대의 리턴을 힘들게 하는 스타일이다. 파워 넘치는 스트로크가 주특기다.
26일 시작되는 시즌 두번째 그랜드슬램대회인 프랑스오픈(롤랑가로스)은 치치파스와 팀으로서도 절대 놓칠 수 없는 중요한 대회이다. 둘 중 누가 지난해부터 4연속 그랜드슬램대회 남자단식 우승(노박슬램)을 노리는 조코비치, 그리고 통산 12회 프랑스오픈 남자단식 우승(듀오데시모·Duodecimo)을 노리는 나달을 꺾고 사상 첫 그랜드슬램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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