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현(왼쪽)이 27일 저녁 2019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단식 4강전 뒤 호텔 숙소에서 열린 탁구대표팀 뒤풀이에서 대표팀 선배 장우진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둘은 지난 26일 8강전에서 격돌했고, 안재현이 세트스코어 4-3으로 이긴 바 있다. 대한탁구협회 제공
“대표팀 훈련이 끝나면 다들 힘들어 하는데, (안)재현이는 10~20분 더 하더라. 그러기 힘든데 정말 열심히 했다. 그래서 이번에 좋은 결과를 낸 것 같다.”(이상수)
“노력하면 된다는 걸 재현이가 보여줬다. 선배로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나도 분발해서 내년 도쿄올림픽 때 금메달을 따겠다.”(정영식)
남다른 노력과 열정으로 값진 성과를 거둔 한국 남자탁구대표팀 막내에 대해, 선배들의 칭찬 릴레이가 펼쳐졌다. 그리고 형들은 아우처럼 앞으로 잘하겠노라고 다짐했다.
지난 21~28일(이하 현지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 헝엑스포에서 열린 2019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챔피언십(세계선수권대회 개인전 대회). 한국 탁구대표팀은 동메달 1개에 그치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세계대회에 첫 출전한 세계 157위인 20살 막내 안재현(삼성생명)의 선전으로 미래에 대한 새 희망도 발견했다.
안재현이 27일 저녁(현지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2019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단식 4강전에서 스웨덴의 마티아스 팔크를 상대로 포인트를 따낸 뒤 포효하고 있다. 대한탁구협회 제공
안재현(왼쪽)이 경기 뒤 마티아스 팔크와의 악수를 하고 있다. 대한탁구협회 제공
안재현은 27일 저녁 남자단식 4강전에서 16위인 마티아스 팔크(27·스웨덴)를 맞아 패기를 앞세워 풀세트 접전을 벌였으나 3-4(11:8/7:11/11:3/4:11/9:11/11:2/5:11)로 아쉽게 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는 세계대회 첫 출전에서 동메달이라는 값진 성과를 만들어냈다. 한국이 이번 대회에 유일하게 획득한 메달이다.
1m67, 61㎏인 안재현은 랭킹이 낮아 지난 21일 예선전 2경기를 먼저 치러야 했고, 이후 본선 1회전(128강전)에서 세계 14위 웡춘팅(홍콩)을 4-0으로 눌러 파란을 예고했다. 그는 이어 승승장구한 뒤 16강전에서는 세계 4위인 16살 일본의 ‘탁구천재’ 하리모토 도모카즈를 4-2로 꺾고 최대 이변의 주인공이 됐고, 8강전에서는 대표팀 에이스 장우진마저 4-3으로 제쳤다. 이날 4강전에서 핌플(돌출) 러버를 쓰는 팔크에게 세트스코어 2-2 상황에서 5세트 7-2로까지 앞서다 소극적인 플레이로 내줘 결국 졌지만 150위권대인 그가 보여준 패기와 스피드는 세계 탁구계를 놀라게 했다.
안재현이 자신보다 20㎝ 이상 큰 마티아스 팔크와 랠리를 하고 있다. 대한탁구협회 제공
김택수 남자탁구대표팀 감독은 “많은 외국팀 관계자들이 우리한테 ‘축하한다. 서프라이즈다. 150위권 선수가 이렇게 온 것은 기적이다. 한국 탁구에 스토리를 만들었다. 세계선수권대회 최대 이슈다’라고 하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한국 남자팀은 이번에 안재현을 비롯해, 주장 이상수(29·삼성생명), 정영식(27·미래에셋대우), 장우진(24·미래에셋대우) 등 4명이 모두 남자단식 16강에 올라 기대를 부풀렸으나 3명이 16강전 고비를 넘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2년 전 독일 뒤셀도르프 세계대회 때 따낸 동메달 2개(이상수 남자단식, 이상수-정영식 남자복식)보다 떨어지는 성적을 냈다.
김택수 감독은 “중국 강세는 여전하고, 일본도 강한데 우리가 이번에 미즈타니 준(세계 13위), 하리모토 도모카즈 등 일본 선수들을 꺾었다”면서도 “이상수(세계 10위), 정영식(22위)이 16강에서 고비 넘지 못한 것은 그냥 넘기기는 안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메달 따려면 16강 이상에서 강적들을 이겨야 하는데 그게 최우선 과제”라고 했다.
여자대표팀은 서효원(32·한국마사회)이 여자단식, 전지희(27·포스코에너지)-이시온(23·미래에셋대우)이 여자복식에서 16강까지 올랐을 뿐 부진했다. 유남규 감독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선수단 변화를 시사했다.
부다페스트/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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