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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판 흐려놓은 김호철 감독의 ‘이중플레이’

등록 2019-04-17 10:27수정 2019-04-18 07:44

[김경무 선임기자의 스포츠 오디세이]
4년짜리 남자배구대표팀 전임감독이면서
그는 왜 OK저축은행 감독 자리를 노렸나
문제되자 17일 “내가 제안” 시인 알려져
대한배구협회 중징계 불가피
“그 감독, 과거에도 이중플레이로 프로구단들을 당혹스럽게 한 경우가 있다. 한 구단과 감독직 협상을 벌이다, 몸값을 올려 다른 구단 사령탑으로 튀어버리고….” 배구계 내부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한 명감독의 과욕이 배구판을 흐리게 하고 있다고 혀를 찼다.

장본인은 선수시절 명세터로 이름을 떨친 김호철(64) 남자배구대표팀 전임감독이다. 최근 그가 돌연 남자배구 프로구단인 오케이(OK)저축은행 감독으로 간다는 얘기가 나와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김세진 감독이 그만두면서 오케이저축은행 사령탑 자리가 비었는데, 김호철 감독이 유력하다는 보도가 일부 언론을 통해 흘러나온 것이다.

지난 2018년 3월 대표팀 전임감독으로 선임돼 2022년 광저우아시안게임까지 임기가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난데없이 그가 프로구단으로 간다는 것은 적지 않은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었다. 자연적으로 비판은 오케이저축은행한테 쏠렸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6억원을 지원해 대표팀 전임감독제를 지원하는 판에, 오케이저축은행이 그 회원사이면서 전임감독을 빼가게 되는 등 배구판을 어지럽게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김호철 감독이 지난 15일 오전 11시 배구협회를 방문해 오한남 회장을 면담한 뒤 대표팀 감독에 전념하기로 했다고 협회가 발표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했다. “김호철 감독은 이번 일로 인해 혼란을 야기한 부문에 대해 배구 팬과 협회 및 관련 구단에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으며, 2020 도쿄올림픽 참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는 게 배구협회의 설명이었다. 일부 언론은 이에 대해 김호철 감독이 ‘의리를 택했다’고 그를 옹호하기도 했다.

그러자 오케이저축은행이 발끈했다. 고위 관계자는 16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김세진 감독이 나간 다음, 김호철 감독이 직접 전화를 걸어 그 자리를 본인이 가겠다고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건 팩트”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호철 감독이 대표팀 전임감독 자리를 정리하고 오겠다고 하자, 오케이저축은행 쪽도 그를 2~3차례 만나 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져 은행 쪽도 일부 책임은 면할 수 없게 됐다.

배구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김호철 감독의 이런 이중적 플레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러시앤캐시(현 오케이저축은행)가 네이밍 스폰서로 드림식스 구단을 운영하던 2012~2013 시즌 팀 사령탑을 맡았고, 다음 시즌 러시앤캐시가 직접 구단을 창단하자 감독을 맡기로 했으나, 돌연 이런 약속을 뒤집고 현대캐피탈 감독으로 가버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오케이저축은행 관계자는 “김호철 감독이 전임감독 문제를 다 해결하고 오겠다고 한 것으로 안다”며 “우리가 두번째 당했다”고 말했다.

결국 김호철 감독은 17일 자신의 이중플레이를 시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배구협회는 이날 “김호철 감독이 ‘오케이저축은행 감독을 맡고 싶다’고 먼저 제안했다는 걸 사실이라고 인정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이날 오전 경기력향상위원회를 열어 김 감독을 스포츠공정위원회(옛 상벌위원회)에 넘기기로 했다. 오케이저축은행 차기 감독 1순위로 거론되던 후배 석진욱 코치의 자리까지 노리며 과욕을 부린 김호철 감독에 대한 중징계가 불가피해졌다.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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