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우진(오른쪽)이 진천선수촌에서 오전 훈련 뒤 김택수 남자탁구대표팀 감독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택수 감독은 대표팀 코치 시절인 2004 아테네올림픽 때 유승민의 남자단식 금메달을 합작한 바 있다. 뒤로 유남규 감독의 여자탁구대표팀이 보인다. 김경무 선임기자
같은 금메달이라도, 중국 선수들이 판을 치는 탁구에서 그것도 단식에서 금메달을 획득하기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만큼이나 어렵다. 남자단식은 더 그렇다. 요즘은 일본 선수들도 초강세다.
이런 와중에 2020 도쿄올림픽(7.24~8.9) 남자단식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따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세우고 선수촌에서 열정을 불태우는 선수가 있다. 2004 아테네올림픽 때 남자단식 결승에서 중국의 왕하오를 무너뜨리고 포효한 유승민처럼.
한국 탁구 남자대표팀의 에이스 장우진(24·미래에셋대우)이다.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2019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챔피언십(4.21~4.28,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대비해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훈련 중이던 그를 최근 만났다. 그는 내년 도쿄올림픽 목표를 묻자 서슴없이 “남자단식 금메달”이라고 답했다. 그는 2013년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에서 남자단식 금메달을 따낸 바 있다.
장우진이 지난해 11월8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린츠에서 열린 오스트리아오픈 남자단식 경기에서 서브를 넣고 있다. LINZ/EPA 연합뉴스
장우진은 공교롭게도 아테네올림픽 당시 유승민과 함께 금메달을 합작한 김택수(당시 남자팀 코치) 남자대표팀 감독과 내년까지 호흡을 맞추게 됐다. 유승민은 오른손 펜홀더 전형(라켓을 펜을 쥐듯이 잡는 방법)이었지만, 장우진은 오른손 셰이크핸드 전형(라켓을 악수하듯이 잡는 방법)이다.
장우진은 남자단식 세계랭킹 11위로 아직은 세계정상 수준은 아니다. 중국에는 세계 1위 판젠동(22)과 2위 쉬신(29), 왼손셰이크핸드 전형의 세계 3위 린 가오위안(23), 2016 리우올림픽 남자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세계 12위(전 세계 1위) 마룽(31)이 만리장성처럼 버티고 있고, 일본에는 만 16살 ‘신동’으로 세계 4위인 하리모토 토모가즈가 있다. 하리모토는 지난해 말 국제탁구연맹 시즌 왕중왕전인 그랜드파이널스 남자단식 챔피언에 올라 세계를 놀라게 한 주인공이다. 장우진이 올림픽 금메달을 따려면 결정적인 고비에서 만날지 모를 이들을 물리쳐야 한다.
하지만 올림픽 단식에는 각국에서 2명씩만 출전할 수 있기 때문에 대진운에 따라 중국 선수들을 피해 결승까지 오를 수도 있다.
김택수 감독은 “우진이는 아직 성장단계여서 더 기대가 크다. 큰 경기에서 기량을 폭발적으로 끌어낼 수 있는 끼가 있다”고 기대했다. 그는 이어 “과거 세계청소년대회 때는 중국 선수들을 물리치고 우승했다. 포핸드가 좋고 발이 빨라 긴장되는 빅매치에 장점이 있다”며 “백핸드가 다소 부족한데, 계속 보완 중”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또 1m72, 67㎏인 장우진에 대해 “우진이가 현재 대표팀에서 제일 날카로운 탁구를 하고 있다. 에너지가 넘치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장우진한테는 이번 세계선수권대회가 중요한 시험무대다. 일단 목표는 “단식 8강, 남자복식과 혼합복식은 4강 이상”이다. 그는 지난해 북한의 차효심과 단일팀으로 호흡을 맞춘 혼합복식에서 코리아오픈 금메달, 그랜드파이널스 은메달 등의 쾌거를 이뤄낸 바 있다.
남북단일팀 장우진(오른쪽)-차효심이 지난해 12월15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열린 2018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그랜드 파이널스 혼합복식 결승에서 홍콩의 웡춘팅-두호이켐 짝에게 아쉽게 패한 뒤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이번 세계대회에서 혼합복식 단일팀 출전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장우진은 “효심 누나랑 하는 게 좋다. 누나는 복식을 잘한다”고 치켜세웠다. 남자복식 파트너이던 임종훈이 최근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남자복식에서는 왼손 셰이크핸드 전형인 박강현(삼성생명)과 호흡을 맞춰야 한다.
한국 탁구는 과거 유남규·김택수·현정화를 거쳐 유승민에 이르기까지 걸출한 스타들을 배출했으나 이후 침체해 있다. ‘제2의 유승민’을 꿈꾸는 장우진의 야망이 내년 도쿄에서 이뤄질지 지켜볼 일이다.
진천/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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