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윤씨가 지난 12일 서울 목동테니스장에서 서브 넣는 폼을 보여주고 있다.
“레슨도 안 받고 공 잘 치려고 하면 도둑놈 심보 아닌가요? 저는 테니스 실력을 높이려고 ‘더블 레슨’까지 받았어요. 돈 두배, 시간 두배 투자한 거죠.”
전국 동호인 테니스계의 강자 김학윤(55)씨. 실력을 향상시킨 비법을 묻자 그는 “반복적인 훈련 밖에 없다”고 잘라 말한다. “테니스는 구력과 세월이라고 하지만 (연습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했느냐가 중요합니다. 하루 1시간 이상은 꼭 연습합니다.”
경기도 용인시 백현고 체육교사인 김씨는 국내 최대 동호인 테니스 단체인 ‘카타’(KATA·사단법인 한국테니스진흥협회) 2018 최우수선수로 선정돼 지난 1월5일 카타 랭킹 시상식에서 별중의 별로 우뚝섰다.
지난 1월5일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2018 카타(KATA) 랭킹 시상식에서 최우수선수한테 주어지는 운산상을 받은 김학윤(왼쪽)씨가 신충식 카타 명예회장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동호인 대회는 주로 복식(1세트 경기)으로 챔피언을 가리는데 남자의 경우 신인부(전국대회 우승 경험이 없는 사람들 출전), 오픈부(전국대회 우승 경험자들 출전), 베테랑부(만 50살 이상) 등 세 파트로 나뉘어 치러진다. 김씨는 베테랑부의 최고수다.
“전국대회 복식에서 70여차례(오픈부, 베테랑부) 우승한 것 같아요. 상대방보다 실책을 하지 않는 스타일입니다. 겉으론 화려해 보이지는 않지만 실속있는 스타일이라 할 수 있죠.”
26년 넘게 체육교사를 하면서 틈틈이 테니스 실력을 연마한 김학윤씨는 ‘하이볼’ 처리, 즉 스매싱과 발리에 관한 한 동호인 무대에서 최고수라는 소리를 듣는다. 리시브 하기 어렵게 상대 발밑에 공을 준 뒤 자기진영 쪽으로 공이 솟아올랐다 하면 깔끔한 발리 한방으로 포인트를 따내는 스타일이다. “제가 스트로크 폼은 그다지 예쁘지 않지만, 발리는 잘한다는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상대를 피곤하게 하는 스타일이라고 하네요.”
김씨는 자신은 ‘리턴 앤(&) 발리’ 스타일이라며 “어떤 대회에서는 스트로크 한번 안 치고 우승한 적도 있다”고 자랑했다. 복식경기에서는 상대 서브를 받아친 뒤 발리를 하는 게 효과적이고 공격적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김씨는 2012년과 2017년에도 카타 최우수선수상(운산상)을 받은 바 있다. 매주 수요일 용인시 ‘클레이클럽’(회원 25명)에서 이 지역과 인근 도시의 고수들과 만나 공을 치며 실력을 갈고닦는다.
2017년 케이이비(KEB)하나은행컵 카타(KATA) 투어 베테랑부에서 우승한 김학윤(오른쪽)씨가 파트너인 성기춘 카타 회장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12일 오후 서울 목동테니스장에서 김씨는 칠순을 앞둔 성기춘 카타 회장과 함께 짝을 이뤄 경기도 일산 대화클럽 소속으로 전국대회 오픈부 강자인 상남규(48)-서동환(46) 짝과 자존심을 건 한판승부를 벌여 눈길을 끌었다. 결과는 게임스코어 2-6의 아쉬운 패배. 나이 차이를 절감해야 했지만 실력은 종이 한장 차이였다. 김씨와 성 회장은 전국대회 베테랑부에서 여러 차례 우승한 적도 있다.
김학윤씨는 27살이던 1990년 테니스를 본격 시작했다. 취미생활로 뭘 할까 생각하다가 신체접촉이 없어 부상 위험도 덜한 테니스를 하게 됐다. 경기도 시군대항 교직원 테니스대회에 나가 단·복식, 단체전에서 수차례 우승할 정도로 재능을 보여줬다.
김씨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일주일에 4~5번 클럽에서 테니스를 친다. 웨이트훈련도 매일 빠지지 않고 한다. 주말에 열리는 전국대회 남자부 경기도 1년에 1~2개 정도 빠지고 대부분 출전하는 열성파다. “테니스는 신사적 경기입니다. 셀프로 점수를 매기고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할 줄 아는 대표적 스포츠입니다.” 김씨가 테니스를 좋아하는 이유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사진 카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