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농협대학교 도농협동연수원 강당에서 열린 ‘NH농협은행 창단 60주년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맨 앞이 나다솜(주장) 등 현역선수 7명이고, 뒤에는 1960년대부터 최근까지 선수로 활약했던 전설들이다. 이대훈 행장(두번째 줄 가운데) 등도 참석했다. NH농협은행 제공
“1959년 창단된 팀의 선배님들을 보니, 세월의 무게감이 느껴집니다.” “선배들이 쌓아놓은 전통이 무너지지 않도록 훌륭한 후배가 되겠습니다.”
토요일인 지난 16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지하철 3호선 원흥역 인근 농협대학교 도농협동연수원 강당에서는 매우 뜻깊고, 60년 세월의 간극을 뛰어 넘는 선·후배 사이의 훈훈한 만남이 이뤄졌다.
1959년 창단된 ‘명가’ NH농협은행 여자정구단의 창단 6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는데, 어느덧 80살이 된 창단 멤버를 비롯해, 그동안 팀을 거쳐간 20~70대의 멤버들, 그리고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의 현역 선수들이 함께 자리를 함께한 것이다.
1964년 NH농협은행 여자정구단의 위명숙(왼쪽부터), 장영자, 이정강, 박옥순, 김일출, 차화자 선수와 이기삼 코치가 국내 대회 단체전 우승을 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NH농협은행 제공
창단 멤버로 활약했던 박옥순(80)씨는 “이렇게 건강할 수 있는 건 운동을 했기 때문이다. 60주년에 이 자리에 오니 감회가 새롭다”고 흐뭇해했다. 이날 박씨를 비롯해 창단 이후 몇년 동안의 초기 멤버 10여명이 건강한 모습으로 테이블에 앉아 과거 선수생활 때를 되돌아보는 등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1970년 중반 팀을 이끌었던 이규봉 전 감독은 “과거 정구팀이 신촌에 있었는데 그곳에서 운동할 때 선수들이 고생했다. 그때 나무를 심었는데 아름드리가 다 됐다”며 지나간 긴 생활을 돌아보기도 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선수들 가족은 물론, NH농협은행의 이대훈 행장과 서덕문 홍보실장, 박용국 스포츠단 단장과 장한섭 부단장 등이 참석했다.
그동안 각 종목에서 숱한 스포츠 명가들이 명멸해갔지만, 농협은행 여자정구팀만큼 60년의 긴 세월을 견뎌내며 특정종목을 국제무대에서 빛낸 팀은 찾아보기 드물다.
지난해까지 정구팀 감독을 지냈던 장한섭 부단장은 ‘창단 60주년 연혁보고’에서 “우리 농협은행 선수들이 아시안게임에서만 금메달 13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14개를 수확했다”며 ‘정구 명가’임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80여명의 선수들을 배출했고, 현재 30여명이 농협은행에서 근무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정구는 19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 때 정식종목으로 채택됐고, 한국은 일본과 함께 세계 강호를 형성하고 있다. 현재 농협은행 여자정구단은 유영동 감독, 김동훈 코치 아래 주장 나다솜, 백설, 문혜경, 이민선, 박지해, 김홍주, 한수빈 등 7명의 선수들로 구성돼 있으며 국내 최강으로 군림하고 있다. 전국체육대회에서는 최근 단체전 4연패, 개인전에는 12연패를 달성했다.
이대훈 은행장은 이날 환영사를 통해 “60년이 됐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지난 60년동안 선배님들의 흘린 땀이 모여 지금의 훌륭한 정구팀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NH농협은행이 생활체육 저변을 확대하고 정구 명가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도록 후배 선수들과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용국 스포츠단 단장은 “오늘 가슴이 벅차고 감동의 물결이 흐르고 있다. 60년 동안 국내 최고, 세계 최고의 우리 정구팀을 이끌어준 선수들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는 팀에서 은퇴한 뒤 농협은행 지점에서 일반직으로 근무하는 사람들이 다수 참석했다. NH농협은행은 2년 전 스포츠단을 창설했으며 여자테니스(1974년 창단)와 여자정구단을 운영하고 있는데, 선수들이 은퇴한 뒤에는 정규직으로 채용해 일반은행원과 동일하게 대우하고 있다.
고양/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