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 선임기자의 스포츠 오디세이]
선수보다는 감독이 주목받는 스포츠 종목들이 더러 있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 사령탑일 경우는 더욱 그렇다. 현역 선수들이 스타 출신 감독보다 인기가 못하거나, 과거에 비해 해당 종목 선수들의 활약이 크게 뒤떨어진다는 반증이다.
최근 몇년 사이 한국 탁구를 보면 그런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아직도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까지 전성기를 이끌었던 김택수·유남규·안재형·현정화 등 현재 실업팀 지도자들의 화려했던 명성과 이름으로 명맥을 유지하는 듯한 인상이 들기 때문이다.
최근 대한탁구협회(회장 조양호)는 2020 도쿄올림픽 때까지 상비군을 이끌 남녀 대표팀 감독을 공모했는데, 지원자를 보니 역시 그 밥에 그 나물이다. 그래서 협회는 추가 공모를 해 더 많은 지도자들이 지원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줬다고 한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 남자단식 금메달리스트 유승민 이후 한국 탁구는 뒷걸음질 치고 있다. 한 실업팀 감독은 “많이 퇴보했다”고 자책한다. 정영식·이상수 등 중국을 위협할 만한 재목감이 나타나는 듯 했으나 곧 시들해졌다. 요즘에는 잘나가는 일본에도 밀린다.
세계 최강 중국의 벽이 워낙 높은 데다 유망주들이 잘나오지 않자, 오래 전부터 대한항공·삼성생명 등 일부 여자실업팀들은 고육지책으로 중국의 유망주들을 귀화시켜 실력을 끌어올리는 방법까지 동원했다.
남자탁구는 최근 장우진(미래에셋대우)에다 조대성(대광고) 등이 나타나 기대를 걸고 있으나 여자탁구는 수비전형의 서효원(한국마사회)을 빼면 대표팀을 이끌 만한 기둥이 없다. 국가대표 에이스 전지희(포스코에너지)도 중국 귀화선수다.
한국 탁구가 오랜 동안 유망주를 길러내지 못하는 것은 탁구협회의 장기적인 플랜 부재 때문이다. 탁구 저변은 갈수록 줄고 있는데 탁구협회의 지원과 관심은 거의 없고, 매번 동메달 1개 정도 따는 선에서 넘어가려는 무사안일주의에 빠져 있다는 비판도 나온지 오래다.
유망주를 발굴 지도해내지 못하는 일선 지도자들의 책임도 크다. 스타 플레이어 출신으로 매번 돌려막는 코칭스태프 선임으로는 탁구의 혁신적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kkm100@hani.co.kr
1988 서울올림픽 탁구 남자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유남규(왼쪽) 삼성생명 감독이 지난해 9월18일 경기도 구리시체육관에서 열린 2018 실업탁구리그 개막전에 앞서 왕년의 여자스타 홍차옥과 ‘탁구 레전드 매치’를 하고 있다. 실업탁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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