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도 카타(KATA) 랭킹 시상식’에서 국화부 1~5위로 상을 받은 여성 동호인들. 앞줄 왼쪽부터 1위 김선영, 2위 고미주, 3위 윤주연, 4위 안승희, 5위 서정아씨. 이하 사진은 <테니스 코리아> 제공
테니스 동호인들한테도 ‘랭킹포인트’가 있다는 사실 아세요? 남자프로테니스(ATP)나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선수들처럼 말입니다. 비록 아마추어 동호인들 세계이지만, 전국 랭킹 1위를 향한 다툼은 그 어느 분야 못지않게 치열합니다.
동호인들은 대개 복식 경기를 치러 랭킹포인트를 가져갑니다. 그런데 복식 파트너는 고정적이 아니고, 특정인들의 ‘우승 독식’을 막기 위해 여러 제한된 규정에 따라 대회 때마다 바뀌게 됩니다.
지난 한해 테니스 동호인 세계에서 누가 최고 고수의 반열에 올랐을까요? 지난 5일 오후 5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2018년도 카타(KATA) 랭킹 시상식’에 가봤습니다.
카타가 뭐냐고요? 사단법인 한국테니스진흥협회를 말합니다. 대한민국 최대의 동호인 테니스단체입니다. 1995년 10월 대한테니스협회 산하 동호인랭킹위원회로 출발해, 2001년 9월 한국동호인테니스협회로 확대 발전되고, 2007년 1월 사단법인 한국테니스진흥협회로 탈바꿈했습니다.
카타가 지난 한해 주관한 대회는 전국에 걸쳐 47개나 됩니다. 거의 매주 지역별로 대회가 1~2개씩 열린다고 보면 됩니다. 지난해 출전자는 연인원 4만814명으로 집계됐습니다. 그 치열한 싸움에서 영광의 인물들이 드디어 가려졌습니다. 시상식 현장을 들여다봤는데 그 열기가 대단하더군요.
시상식에서 개인 최고상인 운산상을 받은 김학윤(왼쪽)씨가 신충식 카타 명예회장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저희가 오늘 300명을 초청했는데, 340분이나 왔습니다. 큰일 났습니다. 자리가 모자랍니다.” 이날 오후 5시 넘어 시작된 시상식에서 동호인테니스계의 ‘대통령’으로까지 불리는 성기춘 카타 회장은 이렇게 말문을 열며 다소 당혹스러워하는 표정이었습니다.
실제 이날 각계각층에서 테니스를 사랑하고 직접 즐기는 분들이 많이 참석했습니다. 성 회장은 “과거 같으면 살아계시기도 힘들 텐데, 하루에 몇게임씩 하시는 분들”이라며 테니스를 통해 장수하고 있는 동호인 테니스계 레전드 10명을 먼저 소개했습니다.
브이아이피(VIP)로 자리를 빛낸 분들도 4명의 현역 국회의원(주광덕, 홍철호, 이동섭, 송영길)을 비롯해, 이준호 동국대 병원장, 최부길·김문일 전 실업테니스 감독, 김도균 경희대 체육과 교수 등이 있었습니다.
주광덕 의원은 인삿말을 통해 “오늘 테니스의 별들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며 지난해 좋은 성적을 내 랭킹 10위 안에 든 동호인들을 축하해줬습니다. 주원홍 전 대한테니스협회장도 참석해 “테니스 사랑은 제가 낫지만, 열정은 성기춘 회장이 최고인 것 같다”는 덕담도 건넸습니다.
동호인 테니스 랭킹제를 처음 도입하는데 주원홍 전 회장 등과 앞장선 성기춘 회장은 인삿말을 통해 “랭킹제를 도입한지 23년이 됐다”고 감격스러워하며 “카타는 앞으로도 테니스 저변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습니다.
용인클레이 소속의 김학윤씨가 지난해 동호인들 중 가장 빛난 별로 우뚝 섰습니다. 탤런트 출신으로 초대 동호인랭킹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신충식 카타 명예회장의 호를 딴 ‘운산상’을 받은 것입니다. 개인 대상이나 마찬가지인 셈입니다. 그는 남자복식 ‘베테랑부’에서 3360점을 얻어 랭킹 1위를 차지했습니다. 성기춘 회장은 김학윤씨가 동호인 레벨에서 최고라고 했습니다.
여자복식에서는 2624점을 얻은 김선영(송파 화목)씨가 최고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최고 레벨인 국화부의 랭킹 1위가 된 것입니다. 고미주(풀잎/명문) 카타 사무차장이 2247점으로 2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개나리부 랭킹 1~5위 수상자들. 왼쪽부터 1위 안정미, 2위 심영임, 3위 황영은, 4위 김명순, 5위 임연채씨.
국화부보다 한 단계 낮은 개나리부 랭킹 1위는 746점을 얻은 안정미(목원)씨가 차지했습니다. 남자 신인부에서는 양환욱(송파하나)씨가 1606점을 받아 랭킹 1위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남자 오픈부는 정인(LTC)가 2004점으로 랭킹 1위가 됐습니다.
카타 대상의 영예는 2018 바볼랏배 전국동호인테니스대회에 돌아갔고, 이원국(춘천 에이스) 오인숙(시흥 어머니)씨가 각각 남녀 최우수동호인상, 안양 한우리클럽이 우수클럽상, 변보영 카타 이사가 우수임원상을 받았습니다.
이날 행사에서는 만 77살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신충식 카타 명예회장이 건배사를 해 눈길을 끌었는데 그는 “태어나서 제가 제일 잘 한 일은 테니스를 친 것이고 건강한 것”이라며 테니스 예찬론을 펴기도 했습니다.
이날 테니스 유망주와 원주여자테니스부에 장학금 증서도 전달됐다.
유망주인 서울 마포중 1학년 한찬희가 성기춘 회장으로부터 훈련지원금 1000만원 증서를 받고 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원주여자테니스부와 5명의 유망주들에게 성기춘 회장이 총 600만원의 장학금을 전달하는 자리도 있었습니다. 마포중1 한찬희는 스페인의 ‘나달 아카데미’에서 2달 동안 훈련을 받을 수 있도록 1000만원의 지원금도 받았습니다.
시상식 중간에는 한국스포츠산업협회장인 김도균 교수의 특강도 있었는데, 그는 “스포츠 선수의 경기력 구성 3대 요소는 기량, 체력, 멘탈이다. 강인한 멘탈의 소유자가 메달을 딴다”며 동호인들에게 운동경기에서 심리적인 측면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했습니다. 그는 “체력훈련도 중요하지만 마음의 근육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올림픽 시상대의 높이는 심장 두께의 순이다”고도 했습니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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