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경기도 구리시 왕숙천체육공원 테니스장에서 열린 ‘동그라미 회장배’에서 회원들이 복식 경기를 하고 있다.
지난 18일 오전 경기도 구리시 왕숙천체육공원 테니스장. 하드코트 17개 면을 갖춘 이곳에 라켓 가방을 멘 여성들이 하나둘 모여들더니 금세 50명을 넘어선다. 올 한해를 결산하는 회장배 대회가 열리는 자리. 파란 하늘 흰구름 아래 코트엔 시종 웃음꽃이 피어난다.
“선·후배 사이에 따뜻한 정을 나누고 친목을 도모할 수 있는 자리입니다.” 손순영 경기이사가 이렇게 말문을 연 뒤 1개 조에 복식 4팀씩 5개조의 풀리그 대결 편성표를 발표한다. “경기방식은 5 대 5 타이브레이크, 원듀스(One deuce) 노 애드(No ad)입니다. (서브 때) 풋폴트 하지 마시고, 페어플레이 해주세요.”
동그라미 회원들이 지난 18일 회장배 대회를 앞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뒷줄 맨 왼쪽이 최경아 회장이다.
동그라미 회원들이 지난 6월 강원도 춘천에서 한국여자테니스연맹 주최로 열린 무궁화컵 단체전에 출전했을 때의 모습. C조 1위를 했다. 동그라미 제공
전국대회 복식 우승 경험이 있는 ‘국화부’(40명)와 그 아래 등급인 ‘개나리부’(21명) 등 모두 61명으로 구성된 여자테니스 동호회인 ‘동그라미’(회장 최경아)의 연말 결산대회 풍경이다. 동그라미는 서울과 수도권을 비롯해, 멀게는 강원도 인제에 사는 30대부터 60대 초반까지 여성들이 일주일에 두번(화, 목요일 오전) 모여 복식을 즐기는 모임이다.
“저희가 전통이나 실력, 규모에서 전국에서 랭킹 3위 안에는 들 걸요.” 서울시 중계동에서 테니스를 치면서도, 이 모임을 이끌어온 최경아 회장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선·후배끼리 서로 공경하고, 시합 땐 예의를 강조하고 매너 있는 플레이를 하도록 합니다. 공의 ‘인-아웃’ 때문에 시비하지 말도록 하고요. 회원이 되려면 공을 어느 정도 쳐야 하지만 (기량의 발전) 가능성도 있어야 합니다.” 3자매(은아, 은경)가 이 모임에서 공을 치는 최 회장은 이렇게 강조한다.
회장배 대회에서 한 회원이 컬러풀한 복장을 하고 서브를 넣고 있다.
88서울올림픽 이후 육군사관학교 교수 아내들이 주축이 돼 육사코트에서 처음 동호회를 만든 게 동그라미의 시초였고, 3년 전 경기도 구리로 옮겨왔다. “다같이 둥글둥글하게 모나지 않게 가자는 의미에서 동그라미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새해 3월부터 동그라미를 새롭게 이끌 새 회장으로 뽑힌 유재숙 고문의 설명이다. 동그라미는 지난 6월 강원도 춘천에서 한국여자테니스연맹 주최로 열린 무궁화컵 단체전에 출전해 C조 우승까지 차지한 실력파다.
“나이스, 언니 멋쟁이~” 이날 한 회원이 포인트를 따내자 복식 파트너가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복식경기는 국화부와 개나리부 각 1명씩으로 짜여져 플레이를 한다. 전력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다. 자그만 상품이 걸린 연말대회였지만, 경기 분위기는 시종 화기애애하다.
“회원들이 일주일에 두번 만나니 형제보다 더 끈끈한 인간관계를 유지합니다. 선후배 관계도 잘 배우고, 이만한 사회생활이 없죠. 운동하는 사람은 갱년기가 늦게 오고 모든 에너지가 넘칩니다. 부지런해져서 집안 일도 잘해요.” 인제에 사는 금정임씨의 말이다.
회원 대부분이 40대 주부들인데 민지숙(34)씨가 최연소이고, 김희(65) 고문이 최고령 회원이다. 회비는 월 2만원. 평일 오전 테니스를 치기 위해 코트 예약이 쉽지 않다. 그래서 밤 12시부터 가능한 코트 예약은 고스란히 안경숙 총무의 몫이다.
동그라미에서 최고의 실력자 중 한명으로 꼽히는 임기분(왼쪽부터)-임옥실, 함금선-지인실 짝이 대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테니스장에 나오면 모든 스트레스와 고민을 잊어버리고 즐겁게 쳐요. 물론 이기면 더 재미있으니 이길 수 있는 노하우를 키워야 합니다.” 전국대회 국화부 우승 6회 경력에 ‘카타’(KATA·한국테니스진흥협회) 이사를 맡고 있는 임기분 고문의 테니스 예찬론이다.
이날 대회를 마치고 동그라미는 내년 2월까지 ‘겨울방학’에 들어갔다. 꽃피는 봄날, 회원들은 겨우내 기량을 갈고닦은 라켓을 메고 왕숙천에 다시 모일 것이다.
구리/글·사진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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