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차준환(오른쪽)이 8일(한국시각) 캐나다 밴쿠버에서 열린 2018~201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남자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가 끝난 뒤 시상대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가운데는 금메달을 딴 네이선 천, 왼쪽은 은메달을 획득한 우노 쇼마.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누리집
2014년 소치겨울올림픽에서 ‘피겨퀸’ 김연아가 여자싱글 올림픽 2연패 문턱에서 아쉽게 좌절(은메달)하고 은퇴한 뒤 한국 피겨스케이팅에는 여러 유망주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김연아처럼 팬들의 타는 목마름을 풀어주지는 못했다. 2018 평창겨울올림픽에서는 최다빈이 여자싱글 7위로 선전했고, ‘남자 김연아’로 불리던 차준환은 남자싱글 15위에 이름을 올렸을 뿐이다.
그리고 10개월. 남자 김연아로 불리던 그 앳된 청년이 김연아의 빈자리를 메워줄 한국 피겨의 희망으로 등장했다. 8일(한국시각) 캐나다 밴쿠버의 더그 미첼 선더버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18~2019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남자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다. 차준환은 이날 기술점수(TES) 91.58점에 예술점수(PCS) 83.84점, 감점 1점을 받아 174.42점으로 3위를 기록했다. 이로써 그는 쇼트프로그램 89.07점(4위)을 합쳐 총점 263.49점으로 동메달을 따는 쾌거를 달성했다. 금메달은 미국의 네이선 천(19·282.42점), 은메달은 일본이 우노 쇼마(21·275.10점)가 가져갔다.
그랑프리 파이널은 한 시즌 그랑프리 7개 대회의 성적을 합산해 상위 6명만 출전하는 ‘왕중왕전’. 한국 선수가 남자싱글에 출전한 것도, 메달을 딴 것도 차준환이 처음이다. 남녀 통틀어서는 김연아가 2009~2010 시즌 여자싱글에서 금메달을 딴 이후 9년 만이다. 김연아는 4차례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를 거머쥐었다.
브라이언 오서 코치의 지도를 받고 있는 차준환은 ‘로미오와 줄리엣’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에 맞춰 프리스케이팅 연기에 나섰다. 첫 점프였던 쿼드러플(4회전) 토루프 점프에서 중심을 잃고 엉덩방아를 찧어 감점 1점을 받았지만 이후 침착하게 연기를 수행했다.
차준환은 경기 뒤 “첫 첨프를 놓쳤지만 나 자신을 잘 컨트롤해 이후 모든 것을 잘했다”며 “앞으로 많은 대회가 남아 있기 때문에 부상 당하지 않고 건강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차준환은 시니어 첫 데뷔 무대이던 지난 시즌 발목 부상에 시달렸다. 4회전 점프를 중점적으로 훈련하다가 고관절과 발목에 통증이 생겼고, 시니어 그랑프리 데뷔전에서 9위로 부진했다. 하지만 1년 만에 세계가 주목하는 선수로 발돋움했다.
여자싱글에서 금메달을 따낸 키히라 리카(가운데)가 시상대에서 은메달의 알리나 자키토바(왼쪽·러시아), 동메달의 엘리자베타 투크타미셰바(러시아)와 메달을 목에 걸고 환하게 웃고 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누리집
한편 9일 열린 여자싱글에서는 일본의 키히라 리카(16)가 총점 233.12점으로 평창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알리나 자키토바(16·226.53점·러시아)를 제치고 금메달을 따냈다. 일본 선수가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여자싱글 정상에 오른 것은 2013년 아사다 마오 이후 5년 만이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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