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노메달 등 성적부진으로 해임된 강경진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 감독.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윙크보이’ 이용대의 등장으로 전성기를 구가했던 한국 배드민턴이 급격한 추락의 길을 걷고 있는 가운데, 대한배드민턴 수뇌부의 ‘전횡’이 입길에 오르고 있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국제대회 성적부진 책임을 전적으로 감독한테 전가하는가 하면, 이용대·유연성 등 간판스타들에 대한 지나친 제약으로 그들과 갈등을 빚어 결국 이는 대표팀 성적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중국 푸저우에서 열리고 있는 2018 중국오픈에 출전 중인 강경진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 감독과 6명의 코치진은 “11월23일 계약이 종료된다”는 문자 메시지를 협회로부터 받은 것으로 8일 확인됐다. 국제대회 출전중인 코치진한테, 그것도 문자 메시지로 해임을 통보하는 상식 이하의 행동을 한 것이다.
앞서 협회는 지난 6일 자체 누리집에 국가대표 지도자 모집 공고를 냈다. 내년 1월1일부터 2020 도쿄올림픽 이후인 2020년 9월30일까지 국가대표를 지도할 감독을 찾는다는 내용이다.
강경진 감독은 지난해 1월부터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고 임기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이후인 2018년 10월30일까지였다. 대표팀 성적에 따라 계약을 연장을 할 수 있다는 조건도 있었다. 그러나 박기현 회장과 김중수 부회장이 주도하는 협회는 강 감독이 아시안게임에서 노메달에 그치자 그를 내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강경진 감독이 장기적으로 도쿄올림픽을 목표로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추진하면서 기존 스타들보다는 유망주들을 아시안게임에 내보냈고, 이에 따라 극심한 성적부진을 겪었다는 점이다. 이런 결정은 강 감독 단독으로 한 것도 아니고 협회 수뇌부와의 조율을 거쳐 이뤄진 것이다. 그런데도 협회는 여론과 언론의 비판이 거세자 강 감독을 경질하는 쪽으로 결정했다. 강 감독의 경질로 국가대표 선수들은 큰 혼란을 겪게 됐다.
이용대, 유연성, 고성현, 김기정, 김사랑, 신백철 등 남자복식 국가대표 간판 선수들이 대거 은퇴하면서 대표팀 성적이 부진하자 2009년부터 국가대표를 후원하던 대만 브랜드인 빅터도 협회와의 계약을 중도해지하기로 하고 이를 진행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배드민턴 한 관계자는 “이용대 등 남자복식 세계랭킹 톱5에 드는 선수들이 한꺼번에 은퇴하면서 대표팀 전력이 반토막났다. 이들은 협회가 해외리그에서 뛰지 못하게 하고, 은퇴한 선수는 31살까지 국제대회에 못나가게 막아 불만이 팽배했고, 협회에 등을 돌렸다”고 협회의 독단적 행태를 질타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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