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래가 17일 프레스룸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코리아오픈 제공
한국 여자테니스는 세계적 강호들이 겨루는 정규투어 무대에 나가기에도 아직 힘과 실력이 많이 모자란 상황이다. 현재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리고 있는 국내 유일의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KEB하나은행 코리아오픈(총상금 25만달러)만 보더라도 그렇다. 간판스타들의 세계랭킹이 200위권 밖이어서 애초 자력으로 본선(32강)에 진출한 한국 선수는 한 명도 없다. 코리아오픈 토너먼트 디렉터의 배려로 세계 204위 장수정(23·사랑모아병원), 502위 최지희(23·NH농협은행), 그리고 고교 유망주 박소현(16·중앙여고) 등 3명이 와일드카드로 본선 출전권을 얻었을 뿐이다.
이런 가운데 세계 230위 한나래(26·인천시청)가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코리아오픈에서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올랐다. 그는 17일 대회 단식 예선 결승에서 세계 343위 바르보라 스테프코바(체코)를 2-0(7:5/6:3)으로 꺾었다. 크게 내세울 일은 아닐지라도 2004년 창설돼 15년째를 맞은 코리아오픈에서는 나름 의미있는 결과로 평가받는다. 앞서 그는 예선 1회전에서 세계 174위 해리엇 다트(영국)를 2-1(0:6/6:1/7:5)로 물리친 바 있다.
한나래의 지난해 코리아오픈 출전 모습. 코리아오픈 제공
한나래는 경기 뒤 “제가 예선을 통과하면 한국 선수 최초라는 사실을 어제 알았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15년 만에 처음 예선 통과라니 그동안 한국 여자테니스가 많이 부족했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투어급 선수로 성장하려면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 것 같으냐’는 물음에는 “하도 많이 받은 질문인데, 보완할 점이 너무 많아서 하나를 답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한나래는 “이제 경험을 쌓는 것은 끝났고, 치고 올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선에서 몸을 많이 푼 만큼 본선에서 상대가 누가 되든 최선을 다해 이기겠다”고 필승 의지를 보였다.
한편, 단식 본선 1회전에 출전한 최지희는 세계 73위 스테파니 푀겔레(스위스)한테 1-2(3:6/6:2/4:6)로 졌다. 최지희는 3세트 게임스코어 4-1로까지 앞서며 16강 진출을 눈앞에 뒀으나 이후 내리 5게임을 내줬다. 복식 본선 1회전(16강)에 나간 장수정-김나리(수원시청)도 루크시카 쿰쿰-페앙타른플리푸에츠(이상 타이)에 0-2(2:6/6:7<4:7>)로 패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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