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박 조코비치가 10일 오전(한국시각) 2018 유에스오픈 남자단식 우승을 확정지은 뒤 라켓을 던지며 좋아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네트 앞 강스매싱으로 매치포인트를 성공시켰다. 순간 조코비치는 라켓을 던져버린 채 코트 바닥에 벌러덩 대자로 누워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폭발적인 포핸드스트로크를 장착한 델포트로였지만,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완벽에 가까운 조코비치의 코트 커버능력에, 델포트로는 고비 때마다 스트로크 실수를 범하며 게임을 내줬다. 영리한 조코비치, 그를 막을 자는 아무도 없었다.
10일 오전(한국시각) 미국 뉴욕의 빌리 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의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즌 마지막 그랜드슬램 테니스대회인 2018 유에스(US)오픈(총상금 5300만달러·약 590억원) 남자단식 결승. 최근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세계 6위 노박 조코비치(31·세르비아)가 세계 3위 후안 마르틴 델포트로(30·아르헨티나)를 3-0(6:3/7:6<7:4>/6:3)으로 물리치고 우승상금 380만달러(약 42억7000만원)의 주인공이 됐다. 2011년과 2015년에 이은 통산 세번째 유에스오픈 정상 등극이었다.
조코비치는 또 그랜드슬램대회 남자단식 통산 14회 우승 고지에 오르며, 1990년대 최고의 스타 피트 샘프러스(미국)와 함께 역대 메이저대회 최다우승 공동 3위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역대 1위는 20회 우승한 로저 페더러(37·스위스), 2위는 17차례 정상에 오른 라파엘 나달(32·스페인)이다.
경기 뒤 조코비치는 “피트 샘프러스는 테니스의 가장 큰 전설 중 한명이며, 나의 어릴 적 우상이었고, 우러러보는 특별한 인물이었다. 내가 테니스와 관련해서 텔레비전에서 실질적으로 가장 처음 봤던 것은 샘프러스의 첫번째인가 두번째인가 윔블던 챔피언십이었다. 그것이 나로 하여금 테니스를 하도록 영감을 불어넣었다”고 밝혔다.
조코비치가 우승 뒤 코트 바닥에 큰 대자로 누워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조코비치는 4대 그랜드슬램대회 중 호주오픈에서 6차례(2008, 2011, 2012, 2013, 2015, 2016년), 프랑스오픈에서 1차례(2016년), 윔블던에서 4차례(2011, 2014, 2015, 2018년) 남자단식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린 바 있다. 2015년엔 4대 그랜드슬램대회 중 프랑스오픈만 빼고 3개 대회 우승을 휩쓸며 페더러와 나달의 양강시대에 파열음을 냈던 그다. 그러나 2016년 프랑스오픈 우승으로 ‘커리어 그랜드슬래머’가 된 이후에는 부상 등으로 부진에 빠져 세계 20위권 밖으로 밀렸고, 올해 초 호주오픈 16강전에서는 정현(22·한국체대)한테 잡혀 탈락하는 쓴맛을 봤다.
조코비치는 이날 승리로 상대 전적에서 델포트로한테 15승4패로 절대 우위를 보였다. 2009년 유에스오픈 결승에서 페더러를 꺾고 그랜드슬램대회 남자단식 첫 우승을 차지했던 델포트로는 9년 만에 두번째 우승 기회를 잡았으나 조코비치의 높은 벽에 막히고 말았다. 1m98, 97㎏의 거구인 그는 무결점 플레이를 펼친 조코비치한테 수가 달렸다.
조코비치와 델포트로가 경기 뒤 껴안은채 서로를 격려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한편, 2만7000여명을 수용하는 아서 애시 스타디움은 이날 팬들의 열띤 응원으로 경기 내내 소란스러웠으며, 주심은 “플리스 생큐, 레이디스 앤 젠틀맨”이라는 말을 반복하며 경기장 분위기를 가라앉히기에 바빴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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