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회사인 고젝(GO JEK)이 운영하는 교통수단인 오토바이들이 지난 29일 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열리고 있는 글로라 붕카르노(GBK) 스포츠콤플렉스 게이트9 근처에 대기하고 있다. 김경무 선임기자
베트남 축구대표팀 박항서 감독이 기자회견장에 들어와 인터뷰를 하는데, 모기가 박 감독의 말을 받아적는 팔을 사정없이 물어 뜯는다. 한 손으로 모기를 때리고 한 손으론 정신없이 받아쓴다. 에어컨도 약해 땀으로 몸이 흠뻑 젖는다. 미칠 것 같다. 그러나 히잡을 하고 긴옷을 입은 프레스룸 운영 여성들은 이에 익숙한 지 무덤덤한 표정들이다. 모기약을 뿌려달라고 해도 웃기만 한다.
화장실에 갔더니 휴지가 전혀 없다. 아뿔사! 변기통 옆에 물이 나오는 호수 같은 게 하나 있을 뿐이다. 축구장 기자석에 있다가 소변을 보려면 계단을 한참 내려가 밖으로 나간 뒤 프레스룸 근처까지 가야 한다. 몇번 오가면 숨이 찬다. 메인프레스센터(MPC)로 돌아가는 미디어용 셔틀버스를 탔더니, 모기 떼들이 한없이 달려든다. 지난 27일 남자축구 한국-우즈베키스탄, 베트남-시리아의 8강전이 열렸던 자카르타 인근 브카시의 찬드라바가 스타디움에서 겪은 일이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취재진들은 인도네시아 특유의 환경과 문화 차이로 불편을 겪고 있다. 주경기장과 야구·농구·하키·수영 등이 열리는 자카르타 중심부 글로라 붕카르노(GBK) 주변은 교통지옥이다. 홀짝제도 소용이 없다. 오토바이와 택시, 승용차, 버스가 서로 뒤엉켜 아수라장이다.
교통체증을 뚫는 유용한 교통수단이 오토바이다. 지난 28일 오후 도심 교통체증이 심한 곳에 갔다가 마감에 쫓겨 모바일 서비스로 ‘고젝(GO JEK)’을 불렀더니 10분 만에 녹색 자켓을 입은 남성이 나타났다. 노트북 가방을 메고 오토바이 뒤에 올라타 운전자의 허리를 잡은 채 차량 숲을 헤치고 주경기장을 향해 달렸다. 운전자는 차량 사이를 요리조리 고도의 기술자처럼 헤쳐나간다. 객지에서 비명횡사할 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엄습했지만, 짜릿한 스릴도 느껴진다. 택시를 타면 30분도 더 걸릴 거리를 불과 15분 만에 질주했다. 이용료를 물었더니 9000루피아. 한국돈 681원. 깜짝 놀랐다.
자카르타에 온지 보름 남짓, 참을성 많고 착한 이곳 사람들처럼 최악의 교통체증과 무더위, 열악한 환경에 무척 익숙해졌다. 인내심을 배우고 있는 게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자카르타/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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