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A컵 국제유도대회서 동메달…“2006년 아시아대회서 명예회복”
제7회 KRA컵 국제유도대회 마지막날 경기가 열린 3일 제주 한라체육관. 남자 73㎏급에 출전한 이원희(24·KRA)의 얼굴은 멍투성이였다. 경기 중 상대들과의 거친 몸싸움 과정에서 부딪혀 생긴 것이었다. 지난해 아테네올림픽 금메달 이후 그는 해당 체급 모든 선수들이 딛고 넘어서야 할 ‘공동의 목표’가 돼 버렸다. 그의 도복을 움겨쥔 상대선수는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달려든다.
이원희는 이날 준결승전에서 윤지섭(20·용인대)에게 발목을 잡히며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기대했던 새 강자 김재범과의 ‘빅매치’는 성사되지 못했다. 이원희는 용인대 후배 김재범이 결승에서 윤지섭을 한판승으로 뉘고 포효하는 장면을 묵묵히 지켜봐야 했다. 더구나 이들은 지난해 올림픽을 앞두고 그에게 하루에도 수백번씩 메치기를 당하던 ‘파트너 선수’였다.
이원희는 “2004년 목표를 이룬 뒤 다시 다른 목표를 세웠어야 하는데, 열심히 하려 해도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며 “몸보다도 마음이 더 문제”라고 심경을 밝혔다. 망망대해에 표류하는 배와도 같았다는 것이다. 그는 “얼마전 새 목표를 세우고 다시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며 부활의 의지를 다졌다. 그의 새 목표는 그랜드슬램.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은 이미 제패했으니 내년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방점을 찍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재범도 지난 9월 세계선수권에서의 초반 탈락으로 구긴 이미지를 내년 아시아경기대회 금메달로 회복하겠다고 이날 선언하고 나서, 이원희의 목표 달성이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이원희는 5일 가평으로 입소해 4주간의 군사훈련을 마친 뒤 태릉선수촌으로 복귀한다.
한편, 한국은 금6, 은9, 동11로 이 대회 7연패를 달성했다.
제주/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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