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 기자, 전국동호인테니스대회 출전기
나름 구력 자부…첫 전국대회 도전
‘동네 주름잡는’ 1500명 출전 열기
“자신있게 치자” 초반 다짐과 달리
점수차 벌어질수록 위기감 엄습…
숨막히는 타이 브레이크 초접전서
로브 망설이는 사이 아쉽게 패배
고수들 벽에서 기본기 부족 절감
“다음엔 기필코”…도전의식 생겨
나름 구력 자부…첫 전국대회 도전
‘동네 주름잡는’ 1500명 출전 열기
“자신있게 치자” 초반 다짐과 달리
점수차 벌어질수록 위기감 엄습…
숨막히는 타이 브레이크 초접전서
로브 망설이는 사이 아쉽게 패배
고수들 벽에서 기본기 부족 절감
“다음엔 기필코”…도전의식 생겨
정현(22·한국체대)의 2018 호주오픈 남자단식 4강 진출로 전국적으로 테니스 열기가 뜨겁다. 40~50대가 주류를 이뤘으나 이젠 20~30대까지 레슨을 받겠다고 줄을 선다. 보통 아파트 단지 등 동네 클럽에서 사람들이 테니스를 즐기지만, 전국 단위 동호인테니스대회가 1년에 120개 정도 열리고 있어 마음만 먹으면 주말마다 대회에 나갈 수 있다. 이 참에 동호인의 한사람으로 전국 대회 첫 도전장을 내고 그 현장을 살펴봤다. 편집자
“그 실력으로는 무조건 예탈(예선탈락)이야 예탈. ‘육대빵’(6-0)으로 질 걸. 동호인대회 실력 장난이 아니야~.” 주변의 평가는 냉정했다. “긴장해서 스윙도 제대로 못해. 어~어 하다가 순식간에 지고 나오고 말지.”
대학 다닐 때 친구들과 재미로, 신문사 들어와서는 동호회 활동하면서, 결혼 뒤엔 아파트 단지 코트에서 테니스를 쳤다. 이후 십수년 라켓을 놓고 있다가 6년 전 다시 시작한 테니스.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삼송리 농협대 테니스코트에서 열린 ‘제1회 엔에이치(NH)농협은행컵 전국동호인테니스대회’(복식경기만 진행)에 출전했다. <와이티엔>(YTN) 스포츠부 기자인 이경재 부장과 함께. 이 대회에는 남녀 1500명이 출전하는 등 열기가 뜨거웠다.
남자부의 경우 오픈부, 신인부, 베테랑부 등 실력과 나잇대에 따라 보통 세 부문으로 나뉘어 대회가 치러지는데, 전국대회 우승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출전하는 신인부(토요일 경기)에 나갔다. 서울 목동(69팀), 경기도 부천(66팀) 등 3개 지역에서 나뉘어 치러진 예선부터 벽은 높았다. 신인부라고는 했지만 공 좀 친다는 전국 고수들이 다 모인 듯 했다. 농협대(인근 토당코트 포함)에서는 3팀씩 23개조(69팀)로 나뉘어 풀리그로 예선을 치렀는데 나는 9조에 편성됐다.
첫 상대는 서현웅(보령 화력)-구희선(JET, 풍림) 짝.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지난해 10월 홍성 한우배 신인부 준우승을 차지한 강호였다. 경기 전 긴장한 나머지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지만 막상 게임에 들어가니 되레 차분해졌다. “자신있게 치자, 최선을 다하면 된다.” 우리팀 서브로 시작됐지만 초반 경기가 풀리지 않아 게임스코어 0-4까지 벌어졌다. 한 세트 경기로 끝나는데 자칫 ‘육빵’(0-6 패배)을 당할 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엄습해왔다. 동네 클럽에서 회장·총무를 비롯해 여러 회원들이 직접 응원까지 나와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데 참 난감했다.
그러나 1-5로까지 내몰린 상황에서 우리가 힘을 내기 시작했다. 패싱샷도 몇개 들어갔고 공을 높이 띄운 로브가 먹혀들기 시작해 상대팀이 실책을 남발하기 시작했다. 나의 짝인 와이티엔(YTN) 이경재 기자의 강력한 포핸드 감아치기 리턴샷, 발빠른 수비도 위력을 발휘했다. 결국 4게임을 연속 따내는 데 성공해 게임스코어 5-5까지 만들었다. 이어진 타이브레이크 상황. 2-4로 뒤지다 4-4를 만들었고, 전국대회 도전 첫 경기 만에 애초 목표인 1승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까지 차올랐다. 그러나 연이은 실수로 4-6으로 매치포인트까지 몰렸고, 상대가 베이스라인까지 깊게 그리고 높게 넣은 로브 상황에서 공을 때릴까 로브로 응수할까 망설이다 어정쩡하게 퍼내는 바람에 결국 4-7로 지고 말았다.
“전혀 기대를 안 했는데 잘 싸웠어요. 전국대회 첫 출전에서 생애 최고의 명승부을 펼쳤네요.” 주위에서 격려가 잇따랐지만, 완성되지 않은 엉성한 폼과 B급 경기력을 보여준 것에 대한 부끄럼부터 앞섰다. “레슨 제대로 받고 좀더 멋지게 쳤어야 하는데….” 후회가 밀려왔다. 휴가내고 10여일 남짓 준비까지 했으나 고수들의 벽은 높았다. 이어진 두번째 경기. 20년 구력의 인근 화정 7단지 동호인과 만났는데, 상대의 까다로운 구질에 말려 힘도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게임스코어 1-6 패배를 당했다. 결국 2패로 예선탈락. 본선에 올라가도 64강전부터 치러야 하는 등 우승까지 가는 길은 험난한 신인부였다. 따져보니 우승하려면 10번을 이겨야 했다.
도전은 아름답다고 하지만, 패배는 쓰라렸다. 그러나 또다른 도전에 대한 자극도 됐다. “서브와 스트로크·발리 등의 기본기를 더 다지고, 상대에 따라 다른 구질에 대한 리턴샷 능력을 키워 다음에 기필고 1승을 달성하리라….”
고양/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전국동호인테니스대회 정보는 동호인 양대 단체인 ‘카타’(KATA:사단법인 한국테니스진흥협회·회장 성기춘)나 카토(KATO:사단법인 한국테니스발전협의회·회장 이기재) 누리집에 들어가면 알 수 있다. 복식경기만 하는데 대개 1인당 2만5000~3만원의 출전비를 내야 한다. 전국대회 출전에는 특별한 제한이 없이 선착순이다. 여성의 경우 국화부(전국대회 우승경험자 출전)와 개나리부(신인부)로 나뉘어져 있다.
필자(맨 왼쪽)와 이경재 기자가 지난 21일 농협대 코트에서 열린 ‘제1회 NH농협은행컵 전국동호인테니스대회’ 신인부 예선 풀리그 1차전에 앞서 구희선-서현웅 짝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대회를 주관한 월간 <테니스코리아> 제공
제1회 NH농협은행컵 전국동호인테니스대회 개막식에서 걸그룹의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품격있는 동호인대회을 표방하고 처음 열린 이번 대회는 1500여명의 동호인이 출전한 가운데 4일 동안 진행됐다. 김경무 선임기자
타이브레이크에서 4-7로 아쉽게 진 필자-이경재 짝이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상대와 인사하러 네트 쪽으로 가고 있다. <테니스코리아> 제공
친 공이 아웃되자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테니스코리아> 제공
여성들이 출전하는 개나리부 복식 경기 모습. 개나리부는 전국 대회 우승 경험이 없는 20살 이상 여성 동호인이면 누구나 출전이 가능하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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