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센터 신영석(가운데)의 철벽 가로막기. 현대캐피탈 제공
“시즌 초반 팀이 흔들릴 때 주장 문성민이 잘 이끌어줬다. 문성민이 지쳤을 때 신영석이 살아나서 해결사 역할을 해줬다. 이후 안드레아스가 팀에 적응했고, 송준호가 조금 떨어질 때는 박주형도 잘해줬다. 리베로 여오현은 꾸준히 자기 역할을 했다.”
지난 27일 밤 현대캐피탈의 ‘도드람 2017~2018 시즌 프로배구 V리그’ 정규리그 우승이 확정된 뒤, 최태웅(42) 감독이 밝힌 우승 원동력이다. 포지션별로 누구 할 것 없이 다 잘해줬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최 감독은 200㎝·93㎏의 장신 센터 신영석(32)을 일등공신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번 시즌엔 고비 때마다 해결해주는 선수들이 나타났는데, 신영석이 가장 중요할 때 블로킹 신드롬을 일으켰다. 덕분에 3~4라운드에 분위기가 확 살아날 수 있었다.”
스탠딩 리치(서서 팔을 높이 뻗어 올렸을 때 높이)가 264㎝, 서전트 점프(제자리 뛰기) 높이가 53㎝인 신영석은 가공할 높이에 의한 가로막기(블로킹)로 상대 공격을 무력화시키며 팀의 우승에 견인차가 됐다. 실제로 그는 이번 시즌 세트당 0.861개로 가로막기 부문 1위를 차지했다. 2위 김규민(0.692개·삼성화재)과의 격차도 크다. 2016~2017 시즌 현대캐피탈은 가로막기 부문에서 세트당 2.406으로 4위에 그쳤다. 이번 시즌에는 세트당 2.737개로 1위다. 다 신영석의 존재감 덕분이다.
신영석은 센터이면서도 속공과 공격을 잘한다. 현대캐피탈 제공
수비 때 큰 키를 이용해 철옹성이 되는 신영석은 공격 때도 맹수로 돌변한다. 센터 중 가장 많은 289득점을 기록했다. 공격성공률은 62.6%. 이번 시즌 V리그에서 200점 이상 올린 선수 중 공격성공률 60% 이상이 된 선수는 신영석뿐이다. 속공 부문도 1위(성공률 63.93%)다. 늘 팀의 조연이었으나 이번만은 팀의 간판 공격수인 문성민(32)과 외국인 선수들을 제치고 주연으로 우뚝 선 것이다. 올스타전 팬투표에서 1위에 오른 것도 이를 증명한다.
김성우 현대캐피탈 사무국장은 신영석에 대해 “센터이면서 서브도 좋았다. 센터는 원래 공격량이 많지 않은데, 공격량이 많으면서 성공률이 높았다. 임팩트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어제 경기 없이 우승했는데 선수들이 내부적으로는 기쁘기보다 ‘우리가 어떻게 우승했지’ 다소 의아해했다”며 “다른 팀보다 기복이 없었다. 선수들이 하면서 저력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사실 현대캐피탈은 이번 시즌에 앞서 군에 입대한 주전 센터 최민호(30)의 공백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게다가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을 통해 영입한 라이트 공격수 아르파드 바로티(27·헝가리)마저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에 큰 부상을 당하면서 팀 전력이 크게 약화됐다. 하지만 신영석과 새로 영입한 레프트 공격수 안드레아스(29·200㎝, 98㎏)가 훌륭하게 공백을 메웠다. 신영석은 “최민호가 자리를 비우면서 위기의식을 느꼈다. 내가 잘 버텨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코트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력을 보여준다. 현대캐피탈 제공
2015~2016 시즌 팀을 맡으며 ‘토털배구’, ‘스피드 배구’로 정규리그 우승을 일궈냈던 최태웅 감독의 지도력도 다시 빛을 발했다. 데뷔 첫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오케이(OK)저축은행에 덜미를 잡혀 첫 시즌 통합우승은 놓쳤지만, 2016~2017 시즌엔 정규리그 2위로 1위 대한항공을 잡고 첫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이제 그가 2년 연속 통합우승을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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