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페더러(스위스)가 28일 저녁 2018 호주오픈 남자단식 결승에서 마린 칠리치(크로아티아)를 3-2로 누르고 그랜드슬램대회 20회 우승 고지에 오른 뒤 환호하고 있다. 2018 호주오픈 누리집
“믿을 수 없다. 정말 기쁘다. 긴 하루였다. 내 꿈이 현실이 됐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7·세계랭킹 2위·스위스)는 관중들을 향해 우승 소감을 밝히며 눈시울 붉혔다. 그는 이어 팬들에게 “당신들은 날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존재다. 계속 운동하게 한다. 정말 감사하다”고 인사한 뒤 마치 처음 우승한 선수처럼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페더러가 테니스 역사상 처음으로 그랜드슬램대회 남자단식 20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았다. 28일 저녁(현지시각) 호주 멜버른파크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호주오픈 테니스(총상금 5500만호주달러·약 463억원) 남자단식 결승에서 세계 6위 마린 칠리치(30·크로아티아)와 3시간4분 동안 풀세트 접전 끝에 3-2(6:2/6:7<5:7>/6:3/3:6/6:1)로 승리를 거둔 것이다. 우승상금 400만호주달러(34억5000만원).
이로써 페더러는 호주오픈에서 생애 첫 2연패 달성과 함께 이 대회 6회 우승으로 왕년의 스타 로이 에머슨(호주), 노박 조코비치(31·세르비아)와 통산 최다우승 횟수에서 어깨를 나란히 했다. 1981년 8월8일생 만 36살5개월 나이로 1972년 켄 로즈월(호주)의 37살2개월에 이어 호주오픈 남자단식 최고령 우승 2위 기록도 세웠다.
페더러가 시상식 도중 감격의 눈물을 닦고 있다. 멜버른/AFP 연합뉴스
페더러는 4대 그랜드슬램대회 중 호주오픈 6회, 프랑스오픈 1회, 윔블던 8회, 유에스(US)오픈 5회 우승을 기록했다. 페더러 다음으로는 라파엘 나달(32·세계 1위·스페인)이 그랜드슬램대회 남자단식에서 16회 우승으로 역대 2위이다. 여자 선수로는 마거릿 코트(호주)가 24회, 서리나 윌리엄스(미국)가 23회, 슈테피 그라프(독일)가 22회 등 3명이 20회 이상 우승한 기록이 있다.
페더러는 지난해 윔블던 남자단식 결승에서 칠리치를 1시간42분 만에 세트점수 3-0(6:3/6:1/6:4)으로 완파했고 이날도 첫 세트를 쉽게 따내며 낙승이 예상됐다. 이후 첫 서브 성공률이 60%에 그치며 고전했지만 마지막 5세트 다시 코너를 찌르는 강서브가 살아나며 칠리치를 무력화시켰다. 서브 에이스는 총 24개로 칠리치(16개)보다 많았다. 자신의 공격으로 포인트를 따내는 ‘위너’는 41개로 칠리치(45개)한테 다소 뒤졌다. 이번 대회 4강전까지 한 세트도 내주지 않았으나 이날은 두 세트를 내주고 풀세트까지 갔다.
전날 여자단식 결승에서는 세계 2위 캐럴라인 보즈니아키(28·덴마크)가 세계 1위 시모나 할레프(27·루마니아)와 2시간50분 동안의 혈전 끝에 세트점수 2-1(7:6<7:2>/3:6/6:4) 승리를 거두고 우승했다. 2009년과 2014년 두차례 유에스오픈 준우승에 이어 3번의 도전 만에 그랜드슬램대회 첫 여왕이 됐고 세계 1위 자리도 되찾았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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