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호주오픈 테니스 남자단식 4강 신화를 쓴 정현이 28일 저녁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뒤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천공항/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정현이 온대, 정현이….”
2018 호주오픈 테니스대회 남자단식 4강까지 오르며 한국 테니스의 역사를 새롭게 쓴 ‘자이언트 킬러’ 정현(22·한국체대). 그가 로저 페더러(스위스)와의 4강전을 마치고 금의환향한 28일 오후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B출구 주변은 그의 도착 2시간 전부터 취재진과 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정말로 꿈을 꾸면 현실이 된다”, “자랑스런 삼일의 아들 정현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를 열광시키다! 충 온 파이어”…. 정현의 모교인 삼일공고(경기도 수원) 김동수 교장과 강신욱 학생부장, 그리고 10여명의 학생들은 일찌감치 공항에 도착해 이런 펼침막을 들고 영웅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곽용운 회장 등 대한테니스협회 임직원들도 “정현, 다음은 우승이다”라는 펼침막을 준비했다. 이날 정현이 탄 시드니발 대한항공(KE) 122편은 오후 5시40분 도착 예정이었으나, 정현은 무려 1시간20분 뒤에야 나타나 취재진과 팬들은 목이 빠지게 기다려야 했다.
메인 스폰서인 라코스테 브랜드의 검은 모자를 쓰고 입국장을 나온 정현은 20여대의 방송카메라, 사진기자 수십명의 플래시를 받아 호주오픈 이전과는 달라진 인기를 실감했다. 그는 이후 출구 옆 스탠드 인터뷰에서 “호주오픈 4강에 진출해 살짝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공항에 팬들과 기자분들 그리고 친구들이 이렇게 많이 나오실 줄 생각하지 못했다. 큰일을 하고 돌아온 것 같다”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정현의 모교인 삼일공고 교장과 교사, 학생들이 28일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나와 펼침막을 들고 정현을 기다리고 있다. 김경무 선임기자
대한테니스협회 직원들이 내건 펼침막. 김경무 선임기자
그는 이어 “이번 대회를 앞두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날이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 한국 테니스를 포함해 많은 분들이 나를 통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국구 스타가 됐다’는 취재진의 말에 “지금 공항 상황을 보니 조금 그런 생각이 든다. 그래도 조금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겸손해했다.
정현은 “테니스가 그동안 한국에서는 비인기종목이었는데, 테니스인을 비롯해 제가 인기종목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강한 의지를 표했다. 페더러와 경기 중 드러난 양 발바닥 부상과 관련해선 “아직도 발 통증이 있다. 내일 당장 병원에 가 검사를 받아야 할 것이다. 몸 상태를 확인한 뒤 추후 일정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애초 호주오픈 뒤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정규대회에 나갈 예정이었다.
이번 호주오픈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하나만 뽑기는 힘들 것 같다. (노박 조코비치를 꺾고) 한국 테니스 사상 처음 8강에 진출한 장면이 기억난다. 조코비치 선수와 다시 경기를 한 점도 영광이었는데 이겼다”고 답했다.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선 “세계 톱10에 욕심이 난다. 높은 곳을 보고 가겠다. 증명하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페더러와의 경기에 대해 “페더러는 정말 부드럽더라. 체력적으로 덜 지치는 것 같더라. 배울 점이 많은 선수”라고 답했다. 그는 “한국 테니스 발전을 위해 팬들이 좀더 응원해줬으면 한다”는 말을 남기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영종도/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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