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 선수가 26일 호주오픈 4강전에서 기권패한 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발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과 함께 그는 "오늘 저녁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경기를 포기하기 전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많은 팬분들 앞에서,훌륭한 선수 앞에서 내가 100%을 보여주지 못 하는건 선수로서 예의가 아닌거 같아서 힘든 결정을 내렸습니다. 며칠 뒤에 있을 결승전에 로저 페더러 선수에게 행운이 있기를!" 바란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현 인스타그램 갈무리
황제의 벽은 높았다. 그러나 부상이 아쉬웠다. 8강전까지 하드코트에서 5경기를 치르면서 양 발바닥에 물집이 생기고 피멍까지 들었다. 왼발은 생살이 삐져나왔다. 부상 정도는 이미 경기 전 감지됐다. “물집이 난 정도가 아니라 양 발바닥이 피멍투성이였다고 하더라고요. 16강, 8강전 끝나고 하루 종일 연습도 못 하고 쉬었다네요.” 임지헌 대한테니스협회 전 경기이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정현의 몸 상태와 관련해 현지 소식통한테 들었다면서 이런 사실을 전했다.
정현이 26일 2018 호주오픈 남자단식 4강전에서 로저 페더러한테 강스트로크를 구사하고 있다. 호주오픈 누리집
정현은 32강전 뒤 발바닥에 물집이 잡혀 잘 걷지도 못했다. 조코비치와의 16강전도 진통제를 먹고 경기를 했다. 정현은 현지 멜버른의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았는데 호주 쪽 의사가 “고통 정도를 1~10이라고 할 때 얼마나 되느냐”고 묻자 “15”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26일 저녁 호주 멜버른파크의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2018 호주오픈 테니스 남자단식 4강전에서 세계 58위 정현(22·한국체대)이 그랜드슬램대회 남자단식 19회 우승에 빛나는 로저 페더러(37·세계 2위·스위스)를 맞아 분전했으나 1세트를 게임스코어 1-6으로 내준 뒤, 2세트 게임스코어 2-5로 뒤진 상황에서 경기를 포기했다. 2세트 게임스코어 1-2에서 서브 게임을 빼앗긴 정현은 게임스코어 1-4가 된 뒤 치료를 위해 경기 중단을 요청(메디컬 타임)했다. 정현은 양말을 벗고 칭칭 감은 붕대를 뜯어낸 뒤 치료하는 등 힘겨운 모습을 보였다. 경기가 잠시 뒤 재개돼 2-4로 추격했지만 2-5로 뒤진 상황에서 9번째 게임 도중(30-30) 주심(체어 엄파이어)한테 경기에 못 뛰겠다고 밝혔다. 경기 시작 1시간2분 만이었다.
정현은 경기 뒤 공식 인터뷰에서 “다섯 경기를 하고 올라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32강전에서 세계 4위 알렉산더 즈베레프(21·독일), 16강전에서 전 세계 1위 노박 조코비치(31·세르비아), 8강전에서 테니스 샌드그런(27·미국)을 연파하고 한국 선수로는 처음 그랜드슬램대회 단식 4강 신화를 쓴 ‘자이언트 킬러’ 정현의 돌풍도 여기서 멈췄다.
로저 페더러가 정현한테 포핸드스트로크를 구사하고 있다. 2018 호주오픈 누리집
페더러는 이날 1세트에서 황제의 위용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시속 190㎞를 넘나드는 서브로 에이스 4개(정현 1개)를 기록했고, 자신의 샷으로 포인트를 따는 ‘위너’는 14개로 정현(4개)을 압도했다. 첫 서브가 들어갔을 때 승률은 100%(6/6)였다. 무엇보다 리턴 때 반박자 빠른 샷으로 정현을 압도했다.
페더러는 경기 뒤 “첫 세트 정현이 잘해 부상이 있는 줄 몰랐다. 그러나 2세트에 움직임이 느려져 뭔가 부상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현이 앞으로 톱10 안에 들 것이 확실하다”고 칭찬했다. 지난해 호주오픈과 윔블던 남자단식에서 우승해 재기에 완벽히 성공한 페더러는 이번에 우승하면 사상 최초로 그랜드슬램대회 남자단식 20회 우승의 금자탑을 쌓는다. 페더러는 28일 저녁 세계 6위 마린 칠리치(30·크로아티아)와 우승을 다툰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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