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이 2008년 6월 전북 순창에서 열린 제43회 전국 주니어 테니스대회 초등부 남자 단·복식 우승을 차지했을 때 모습. 키가 작고 왜소했다. 정현 가족 제공
2018 호주오픈을 통해 전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한 정현(22·한국체대). 그는 어릴 적 선수 시절엔 어떤 모습이었을까?
“(정)현이요? 어릴 적부터 디펜스(수비) 스타일이었는데, 워낙 잘했죠. 상대를 질리게 했어요.”
경기 고양시청 테니스부 감독 등을 지낸 임지헌 대한테니스협회 경기이사가 전하는 말이다. 임 이사는 “아카데미를 운영할 때 지도하던 어느 선수가 있었다”며 “그는 공격적 선수였지만 초등부 결승만 가면 수비 위주의 플레이를 펼치는 정현한테 처음에는 이기다가 결국 나중에 감을 잡은 정현한테 번번이 졌다. 현이는 정말 수비를 잘했다”고 회고했다.
정현은 어릴 적 고도근시와 난시로 고생했으며 키도 작고 왜소했다. 그래서 아버지(정석진)는 테니스 코트와 공이 눈에 좋은 초록색이라 아들에게 테니스를 가르쳤다. 아들은 작은 몸집이라 공격적인 플레이를 할 수 없었고 베이스라인에 붙어 수비하는 것을 자신의 스타일로 만들었다. 그러나 누굴 만나도 잘 지지 않을 정도로 재능이 뛰어났다.
중3 때 인도로 두달 동안 전지훈련을 다녀온 게 정현한테는 일대 전환점이 됐다. 키가 15㎝나 훌쩍 커버린 것이다. 임지헌 이사는 “그때 정현을 보고 깜짝 놀랐다. 키도 크고 힘도 붙으면서 공에 파워도 생겼다”고 했다.
정현이 유망주로 뜨던 중3 때 모습. 당시 삼일공고 테니스 감독이던 아버지 정석진씨가 곁에 있다. 한국일보 제공
정현은 초·중등 시절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세계적 권위의 국제 주니어 테니스대회인 에디 허 인터내셔널(12살부)과 오렌지볼(16살부)에서 남자단식 정상에 올랐다. 고교 시절이던 2013년에는 윔블던 주니어 남자단식 결승까지 갔으나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했다. 임지헌 이사는 “정현이 원래 백핸드는 좋았는데, 이제는 포핸드까지 좋아졌다. 스트로크 공은 엄청 무겁고 돌덩이 같다”며 “준비된 선수”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주니어 때 잘하는 선수들은 국내 대회에는 잘 나오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정현은 국내 대회도 아무런 불만 없이 나와 경기를 즐긴다”며 “털털한 성격인데다 겸손하다”고 인성에 대해서도 높은 점수를 줬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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