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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정 대항마’ 크리스티, 한국과의 ‘악연과 인연’

등록 2018-01-02 17:10수정 2018-01-02 21:00

소치올림픽 쇼트트랙 여자500m 결선때
선두 박승희 넘어뜨린 뒤 악플 시달려
한국에 와서 훈련하며 트라우마 극복
“늘 도와주는 좋은 친구 만들어”
최민정·심석희와 금메달 경쟁 예고
지난해 10월1일(현지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2017~2018 국제빙상경기연맹 쇼트트랙 월드컵 1차대회 여자 1000m에서 우승한 최민정(가운데)이 2, 3위를 한 킴 부탱(오른쪽), 엘리스 크리스티(왼쪽)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다페스트/EPA 연합뉴스
지난해 10월1일(현지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2017~2018 국제빙상경기연맹 쇼트트랙 월드컵 1차대회 여자 1000m에서 우승한 최민정(가운데)이 2, 3위를 한 킴 부탱(오른쪽), 엘리스 크리스티(왼쪽)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부다페스트/EPA 연합뉴스
악연도 그런 악연은 없었다. 2014 소치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선. 그는 무리하게 추월하려다가 단독선두를 달리던 한국의 박승희를 넘어뜨렸고, 금메달은 꼴찌를 달리던 중국 선수한테 어부지리로 돌아갔다. 그는 실격을 당했고, 박승희는 일어난 뒤 끝까지 질주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그는 ‘악플’에 시달려야 했다. 게다가 여자 1000m와 1500m에서도 모두 실격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여자 쇼트트랙 강자 엘리스 크리스티(27·영국) 얘기다. 2018 평창겨울올림픽을 앞두고 크리스티가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를 통해 당시 심정을 소상히 밝혔다. 평창에서 최민정(19·성남시청)과 심석희(20·한국체대)의 강력한 대항마인 그는 “한국인들이 나를 대하는 방식 때문에 삶에 두려움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그는 “드라마틱하게 보이지만 소치 이후 사람들이 나를 죽이고 싶어한다고 생각했다. 잠을 잘 수 없었고, 두려웠다”고도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코치로부터 한국행 제안을 받았으며, 소치올림픽 뒤 한국에 와서 한국 코치와 선수들과 훈련하는 등 새로운 인연을 맺으며 그런 트라우마를 극복했다고 했다. “모든 사람들이 정말 멋져서 나를 도왔다. 한국의 모든 스케이트 선수들이 나와 훈련하기를 정말 원했다. 내 인생 최고의 경험 중의 하나였다.”

2016년 12월18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6~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 여자 10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엘리스 크리스티(가운데)가 동메달을 차지한 심석희(오른쪽) 등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2016년 12월18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6~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 여자 1000m 결승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엘리스 크리스티(가운데)가 동메달을 차지한 심석희(오른쪽) 등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크리스티는 한국의 훈련 상황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에 도착하기 전 매우 의기소침해 한국에서의 첫 2주 동안은 말을 하지 않았다. 군대식 훈련이었고, 랩타임을 지키지 못하면 계속 스케이트를 타야 했다. 돌고 또 돌았다. 다들 너무 지쳐서 그것을 해낼 수 없었다. 얼음판에서 벗어나면 육상 트랙을 돌아야 했다. 아침에 12살 스케이터가 등에 무거운 가방을 메고 하루 1000개의 스쾃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정신 나간 짓이었고, 그들은 울고 있었다. 그것은 눈을 휘둥그레지게 하는 사건이었고 나는 한국 선수들이 많은 성공을 하는 이유를 알 수 있게 됐다.” 그러면서도 그는 “나는 거기서 많은 좋은 친구를 만들었다. 정말 좋은 사람들이고 늘 기꺼이 도와주려 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너무 거친 훈련이었고, 우리들이 랩타임을 지키지 못했을 때 화가 난 코치가 스톱워치를 던졌다”고 했다.

크리스티는 한국에서 훈련한 뒤 지난해 3월 세계쇼트트랙선수권대회에서는 심석희·최민정을 제치고 여자 1000m와 1500m에서 우승했다. 그는 “홈에서 열리기 때문에 한국 선수들이 거침없이 나올 것이고, 아마 내가 그들의 주요 타깃 중 하나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한국 선수들이 매우 강하고 서로 능숙하게 호흡을 맞춘다. 중국 선수들은 공격적이기 때문에 무섭다”고 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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