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동(오른쪽 둘째) 감독이 윤기찬(왼쪽), 김경은, 김남진 등 에어리얼스키 대표팀 선수들과 7일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트램펄린과 착지 훈련을 마친 뒤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진천/김경무 선임기자
지난 7일 오후 충북 진천군에 새로 단장한 ‘진천국가대표선수촌’ 개선관. 3층 체조연습장에서 어린 소녀들이 2단평행봉 등에서 열심히 훈련을 하고 있는 가운데, 옆에 다소 낯선 국가대표 선수들이 ‘트램펄린’ 위에 올라가 번갈아 점프를 하며 땀을 흘리고 있다. 한국 에어리얼(Aerial) 스키 국가대표 3인방 김남진(21·한체대3) 윤기찬(23·한체대4) 김경은(19·송호대1)이다. 트램펄린은 일정 틀에 넓은 그물망이 스프링으로 연결돼 있어 그 위에 올라가 점프를 할 수 있는 운동도구로, 주로 도마(뜀틀) 선수들이 점프력 향상을 위해 사용한다.
“이 시기에 스키 타고 점프할 수 있는 연습장이 국내엔 없잖아요. 아쉽지만 이렇게라도 훈련해야지요.” 트램펄린에서 수백번 번갈아가며 조성동 감독의 지도 아래 점프훈련을 한 남자 간판스타 김남진은 “아휴 더워!”라며 고개를 흔든다.
김경은이 조성동 감독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천선수촌 체조경기장의 트램펄린에서 점프 연습을 하고 있다. 진천/김경무 선임기자
에어리얼스키 강국 벨라루스에 있는 워터 점프대. 사시사철 선수들이 수영장 풀에 떨어지는 점프훈련을 할 수 있어 좋다고 한다. 조성동 감독 제공
에어리얼 스키는 기존 알파인 스키나 노르딕 스키의 단순함에서 벗어나 공중점프 같은 곡예로 짜릿한 스릴감을 맛보게 하는 프리스타일 스키(모굴 스키, 스키 하프파이프, 스키 크로스, 스키 슬로프 스타일) 중 하나로 1994년 릴레함메르 겨울올림픽 때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그러나 한국은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 이후 한참 뒤인 2015년 10월에야 처음 국가대표팀을 꾸릴 정도로 후발주자이다. 이제 출범 2년밖에 안 됐지만, 류옥렬(남자 도마) 등 과거 숱한 체조 스타들을 길러낸 조성동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내년 평창보다는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등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하고 있다. 조 감독은 “한국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성과도 있었다. 지난 2월10일 ‘평창 테스트이벤트’로 강원도 평창 휘닉스 스노파크에서 열린 2016~2017 국제스키연맹(FIS) 프리스타일스키 월드컵 에어리얼 남자부 예선에서 김남진이 출전 선수 32명 중 24위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린 것이다. 여자부 유일한 국가대표인 김경은은 26명 중 20위를 차지해 내년 평창 출전권을 확보한 상황. 김남진도 12월 시작되는 새 시즌 때 0.6포인트만 확보하면 평창행이 가능하다. 김경은은 당시 상황에 대해 “꼴찌만 하지 않았으면 하고 출전했는데 평창 티켓까지 따내 기분이 엄청 좋았다”며 “내년 평창에서는 12위 안에 들어 결선에 오르는 게 목표”라고 했다.
김남진(왼쪽부터), 윤기찬, 김경은이 진천선수촌 훈련 뒤 매트에서 쉬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진천/김경무 선임기자
에어리얼 스키 강국인 벨라루스나 중국에는 사시사철 실내에서 훈련할 수 있는 워터 점프대가 있다. 그러나 한국에는 실전훈련시설이 평창 스키점프대밖에 없는 열악한 환경이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당장 평창 메달보다 4년 뒤를 내다보고 있다. 김경은은 “중국인 코치님(우지하이)이 4년 뒤에는 제가 메달 딸 수 있다고 했다”며 웃는다. 애초 모굴 스키를 했다는 윤기찬은 “부상 위험은 상대적으로 적다. 반드시 평창 출전권을 따겠다”고 한다.
에어리얼 스키 국가대표는 대부분 체조선수 출신이다. 스키를 신고 설원에서 연기를 펼치는 것만 다를 뿐, 체조의 도마와 기술 구사가 비슷한 종목이기 때문에 어릴 적부터 체조로 단련된 선수들이 유리하다. ‘눈 위의 서커스’라 하는 이유다. 우선 25도 정도 경사의 슬로프를 빠르게 60~70m쯤 활강한다. 이어 점프대(싱글, 더블, 트리플 등 3가지 ‘키커’로 구성)를 치고 올라가 10~15m가량 높게 솟아오른 뒤 ‘뒤로 공중돌기’(백플립)를 1~3차례 하고, 다시 옆으로 비틀기(트위스트)를 1~2차례 한 다음 경사면에 착지하는 식으로 경기가 진행된다. 점수는 도약(Air) 20%, 폼(Form) 50%, 착지(Landing) 30%로 구성된다. 체조 강국인 벨라루스와 중국이 이 종목 메달을 휩쓰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최고 15m까지 치솟는 에어리얼스키 점프는 보는 이들에게 아찔한 스릴감을 느끼게 한다.
조성동 감독은 “중국은 이미 프리스타일 스키 종목 중 곡예적 요소가 강해 아시아 선수들에게 유리한 에어리얼 스키에 집중하고 있다”며 “한국도 집중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 감독은 대표팀을 이끌고 17일 한 달 일정으로 에어리얼 스키 연습장이 있는 내몽골로 전지훈련을 떠나 새 시즌에 대비할 예정이다.
진천/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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