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랭킹 1위 라파엘 나달(31·스페인)을 상대로 한 1시간48분 동안의 접전. 0-2(5:7/3:6)로 진 정현(21·세계 55위·한체대)은 진한 아쉬움 속에 코트를 걸어나갔다. 순간 팬들은 정현에게 뜨거운 기립박수를 보냈고, 그가 퇴장하는 줄 모르고 신발 끈을 고쳐매던 나달은 뒤늦게 그의 등 뒤를 바라보며 박수를 보냈다. 프랑스 현지 매체들은 나달이 경기를 마친 뒤 “(정현은)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훌륭한 선수다”라고 평가했다고 보도했다.
정현이 1일 롤렉스 파리 마스터스 단식 2회전에서 라파엘 나달을 맞아 힘겹게 리턴샷을 하고 있다. 파리/AP 연합뉴스
1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롤렉스 파리 마스터스(총상금 427만3775유로) 단식 2회전이 끝난 뒤 코트 풍경이다. 마스터스 1000시리즈인 특급 대회다. 정현은 1세트에서 게임스코어 5-5로까지 팽팽히 맞섰고, 이어진 나달의 서브게임에서 40-30으로 앞서며 브레이크 기회를 잡았지만 이를 놓치며 결국 세트를 내주고 말았다. 나달은 위기에서 강력한 서브 2개로 연달아 포인트를 따냈고, 여세를 몰아 정현의 서브게임마저 가져갔다. 정현은 2세트에서 자신의 서브게임을 잘 지켜내며 버텼지만 게임스코어 3-4에서 브레이크를 당해 3-5가 됐고 결국 패배를 당하고 말았다. 정현은 나달과 두 차례 만나 모두 0-2로 졌다. 지난 4월 정규 투어 바르셀로나오픈 단식 8강에서도 나달한테 0-2(6:7<1:7>/2:6)로 무릎을 꿇었다.
나달이 정현을 잡은 뒤 좋아하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나달은 이날 승리로 올해 연말까지 세계랭킹 1위를 유지하게 됐다. 역대 최고령 1위다. 2008년과 2010년, 2013년 1위에 오른 바 있다. 역대 4번째 최고봉에 오른 나달은 올해 프랑스오픈과 유에스(US)오픈 남자단식 정상에 오르는 등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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