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인천대교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성화봉송 출발 행사에서 첫번째 주자인 피겨 여자싱글 기대주 유영이 성화를 들고 달리고 있다. 인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세계가 놀랄 만큼 평창올림픽을 성공시킵시다.”(이낙연 국무총리)
“평창올림픽에 출전하는 언니, 오빠들이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좋겠습니다.”(첫 성화봉송 주자 유영)
내년 2월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리는 겨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한결같았다. 지난달 24일 고대올림픽 발상지 그리스 고대 올림피아 헤라신전에서 채화된 성화가 대회 개막 딱 100일(G-100)을 앞둔 1일 오전 한국에 도착하면서, 2018 평창겨울올림픽(2월9~25일)이 본격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30년 만에 성화가 다시 돌아오면서 대한민국은 지구촌의 뜨거운 관심지역으로 떠올랐고,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게 됐다.
유영(오른쪽)이 성화봉송 출발에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로부터 성화봉을 전달받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전날, 근대올림픽이 시작된 그리스 아테네의 파나티나이코 스타디움에서 그리스올림픽조직위원회로부터 2018 평창겨울올림픽 조직위원회(위원장 이희범)에 이양된 성화는 이날 오전 9시50분께 전세기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김연아 평창올림픽 홍보대사가 ‘평창 불꽃’을 담은 안전램프를 나란히 들고 ‘국민환영단’ 앞에 모습을 드러냈고, 이낙연 총리와 최문순 강원도지사, 이기흥 대한체육회 회장, 유승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 등이 이들을 맞이했다.
이희범 조직위원장은 도착 인사에서 “성화의 불꽃이 전국을 순회하면서 대한민국의 홍보대사 역할을 할 것이고, 대회 기간에는 경기장에서 평화의 전도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번째 성화봉송 주자인 유재석(왼쪽)이 첫번째 주자 유영과 성화봉송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국민환영행사를 마친 성화는 한국 경제의 상징적인 건축물이자 세계 5대 사장교인 인천대교로 옮겨졌다. 사장교는
양쪽에 높이 세운 버팀 기둥에서 비스듬히 드리운 쇠줄로 다리 위의 도리를 지탱하는 다리다. 이날 오후 1시께 이낙연 국무총리가 성화봉에 성화를 점화한 뒤, 첫 봉송 주자인 피겨 여자싱글 유망주 유영(13·과천중)한테 이를 전하는 것으로 101일 동안 전국 17개 시·도를 누비는 2018㎞의 대장정이 시작됐다. 성화 봉송에 앞서 봉송 지원단 2018명의 ‘오륜’ 플래시몹과 취타대 공연으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세계 각국의 국기를 흔드는 외국인 응원단도 눈에 띄었다. 주부 조미영(46)씨는 “88 서울올림픽 때 학교에서 단체로 성화를 맞았는데, 벌써 30년이 지났다. 고향에서 다시 성화를 맞게 돼 감격스럽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유영은 인천대교 톨게이트에서 첫 봉송구간 200m를 뛴 뒤 “매우 영광스럽다. 이번 올림픽은 (나이 제한으로) 출전하지 못하지만, 2022년 베이징겨울올림픽 때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가수 겸 배우 수지가 성화 봉송에 앞서 파이팅을 하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유영에 이어 개그맨 유재석과 ‘무한도전’ 멤버, 2004 아테네올림픽 탁구 금메달 수상자 유승민, ‘빙속여제’ 이상화, 가수 겸 배우 수지 등 각 분야 대표 스타들이 인천대교 구간을 뛰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3연패를 노리는 이상화는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로서 꿈꿔왔던 성화 봉송을 하게 돼 큰 영광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해 뛰게 돼 감회가 새롭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들 외에도 인천 거주 결혼이주민 정춘홍(중국)씨를 비롯한 다문화가족, 대를 이어 의료와 선교활동을 펼치는 파란 눈의 한국인 인요한씨 등 101명이 국민적 축제 분위기 속에서 성화 봉송이 이뤄지길 염원하는 뜻으로 참여했다. 인천에서의 성화 봉송은 주자 101명이 150m씩, 인천대교 14.7㎞와 송도 시내 5㎞ 등 총 19.7㎞를 뛰었다. 송도 달빛축제공원까지 봉송을 마친 성화는 이날 저녁 다시 안전램프에 담긴 뒤 제주도로 옮겨져 하룻밤을 묵고 2일부터 봉송을 이어간다.
‘빙속여제’ 이상화가 성화 봉송을 앞두고 셀카를 찍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모두를 빛나게 하는 불꽃’(Let Everyone Shine)으로 명명된 평창 성화의 봉송은 문화, 환경, 평화, 경제, 정보통신기술 등 5가지 주제로 펼쳐지는데, 인천에서는 경제를 테마로 봉송 행사가 진행됐다. 성화 봉송 주자는 각 분야에서 꿈과 열정을 바탕으로 ‘새로운 지평을 열어온 사람들’(Achievers)과 ‘새로운 지평을 더 크게 열어갈 사람들’(Dreamers)로, 남북한 인구 7500만을 상징하는 주요 주자 7500명, 지원 주자 2018명이 선정됐다. 이들 주자는 평창올림픽이 개막되는 내년 2월9일까지 전국을 돌며 겨울스포츠 축제 분위기를 확산시켜나갈 예정이다.
김경무 선임기자, 인천/이정하 기자
kkm100@hani.co.kr
과거에는 국제대회 개막 카운트다운을 할 때 D-100이란 식으로 썼으나, 2018 평창겨울올림픽조직위원회는 ‘게임’의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 G-100으로 용어를 바꿔쓰고 있다. 군사적 용어인 ‘디데이’(D-Day)라는 표현에서 벗어나기 위한 의미도 담겼다. 송헌석 평창조직위 보도지원부장은 “D-100이라는 식은 막연한 표현이다. 게임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지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