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전통격투 종목의 종착역’이라고 평가받는 격투기에 현대인들은 열광하고 있다. 지난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K-1 월드그랑프리 파이널 최홍만과 레비 본야스키의 8강전을 중계한 케이블 채널의 시청률은 무려 20%를 넘었다. 도쿄/연합뉴스
거세지는 격투기 열풍-(상)최홍만이 9시 뉴스 눌렀다
대한민국이 격투기 열풍에 휩싸였다. 이젠 젊은이 뿐 아니라 나이 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최홍만이나 레미 본야스키, 에밀리아넨코 표도르와 같은 격투기 선수들의 이름을 쉽게 이야기한다. 이런 흐름을 타고 ‘종합격투기의 원조국’인 일본의 대회 주최사들은 한국시장 진출에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그러나 한국 격투기 시장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이 땅에 휘몰아치는 격투기 열풍의 현실을 세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케이블 시청률 20.4% 사상 최고
“최홍만에 기댄 반짝인기” 시각도 지난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케이원(K-1) 월드그랑프리 결승전을 중계한의 최홍만과 레미 본야스키의 경기(오후 5시 30분∼53분) 때 케이블 설치 가구 시청률은 무려 20.4%였다. 시청률 조사회사 ‘티엔에스’(TNS)에 따르면 이는 케이블 채널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으로, 하나의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같은 날 지상파 메인뉴스인 MBC ‘뉴스데스크’는 8.6%, KBS ‘뉴스9’는 11%의 시청률을 보였다.
격투기 중흥의 힘은 방송= 1990년대 초반 미국과 일본에서 태동해 국내에서는 극소수 마니아만이 즐기던 종합격투기가 본격적 대중화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불과 2년 전 안팎의 일이다. 다채널시대를 맞아 콘텐츠 확보에 허덕이던 케이블 채널이 일본의 프라이드와 케이원, 미국의 유에프시(UFC)를 중계하면서부터 종합격투기 팬들이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했다.
시장의 폭발적 성장과 함께 방송 중계권료도 크게 뛸 전망이다. 격투기 중계 채널의 한 관계자는 “현재는 프라이드와 케이원을 합한 연간 중계권료가 10억원을 갓 넘어섰지만 3∼4년 뒤면 메이저리그나 프리미어리그에 육박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기의 비결= ‘누가 세상에서 가장 싸움을 잘하는가’라는 전통적인 호기심을 종합규칙 속에서 경기의 형식으로 소화해내 게 격투기의 매력이다. 김대환 <엑스티엠(XTM)> 해설위원은 “종합격투기의 매력은 모든 격투 종목의 종착역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976년에도 이미 당시 최고의 프로레슬러 안토니오 이노끼(일본)와 권투황제 무하마드 알리(미국)의 ‘이종격투기’ 이벤트 대결이 성사된 바 있다.
여기에 종합격투기를 지향하는 프라이드나 입식타격기를 고집하는 케이원 모두 막대한 자본력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을 끌어모아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주는 게 보태졌다. 거대한 화면과 조명·음향 등의 무대장치와 선수들의 입장부터 퇴장까지 화려한 볼거리들도 기존 격투 종목에서는 볼 수 없다.
강자에게 관심을 보이는 ‘원초적인 본능’을 자극했다는 분석도 있다. 거의 제한없이 맨 몸으로 상대가 쓰러질 때까지 맞붙는 강한 남성성이 여성 팬들을 끌어들이는 요인이기도 하다. 또 ‘퓨전’과 ‘컨버전스’가 화두가 되고, ‘리얼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시대 분위기도 한 몫을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인기 언제까지 갈까?= 최진용 편성팀장은 “시청자들이 격투기에 이미 입맛을 들인 이상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옹호론자들은 한국이 전통적으로 레슬링 유도 권투와 같은 격투 종목 강국이었다는 점에서 ‘성장론’에 무게를 싣는다.
반론도 만만찮다. 현재의 인기는 최홍만이라는 기존의 스타 혼자서 끌어가고 있기 때문에 최홍만이 무너지면 격투기 전체의 인기도 많이 사그라들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또 종합격투기가 기존 종목과는 달리 전적으로 자본이 흥행을 위해 만들어낸 ‘출생의 비밀’도 지적된다. 기반이 취약하다는 것이다. 실제 종합격투기 전문 도장은 전국적으로 수십여개에 지나지 않는다.
차성주 관장은 “한국에서는 시작단계라 약간의 거품이 섞여 있다”며 조만간 이 거품이 빠지고 나면 정상궤도를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케이블 시청률 20.4% 사상 최고
“최홍만에 기댄 반짝인기” 시각도 지난 1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케이원(K-1) 월드그랑프리 결승전을 중계한
강자에게 관심을 보이는 ‘원초적인 본능’을 자극했다는 분석도 있다. 거의 제한없이 맨 몸으로 상대가 쓰러질 때까지 맞붙는 강한 남성성이 여성 팬들을 끌어들이는 요인이기도 하다. 또 ‘퓨전’과 ‘컨버전스’가 화두가 되고, ‘리얼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시대 분위기도 한 몫을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세계최고 싸움꾼 누구냐” 원초적 본능 자극에 열광-거세지는 격투기 열풍 최홍만이 9시뉴스 눌렀다
인기 언제까지 갈까?= 최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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