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의 지난 5월 BMW오픈 때 경기 모습.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누리집
부상으로 잠시 주춤했던 한국 남자테니스 간판스타 정현(21·세계 56위)이 다시 살아났다.
정현은 10일(한국시각)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마스터스 1000 시리즈인 로저스컵(총상금 466만2300달러) 단식 2회전에서 9번 시드이자 세계 13위 다비드 고핀(27·벨기에)을 2-0(7:5/6:3)으로 누르고 16강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고핀은 그동안 정규 투어에서 꺾은 상대 중 가장 순위가 높은 선수다. 앞서 지난 5월 비엠더블유(BMW)오픈에서 당시 세계 16위 가엘 몽피스(31·프랑스)를 누른 바 있다. 이번에 옥외 하드코트에서 값진 승리를 얻은 정현은 28일 개막하는 시즌 마지막 그랜드슬램대회인 유에스(US)오픈에 청신호를 밝혔다.
정현은 1세트 게임스코어 6-5로 앞선 상황에서 고핀의 서브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승기를 잡았다. 2세트에서도 5게임을 연이어 따내는 등 고핀을 몰아붙인 끝에 6-3으로 승부를 마무리지었다. 지난해 2월 고핀과 첫 맞대결에서 0-2(3:6/1:6)로 완패했던 것도 말끔히 설욕했다. 3회전 진출 상금 5만8295달러(약 6600만원)와 랭킹포인트 90점도 확보했다. 다음주 발표되는 세계랭킹은 49위 안팎에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정현의 개인 최고순위는 2015년 10월 기록한 51위다.
지난 5월 시즌 두번째 그랜드슬램대회인 프랑스오픈에서 남자단식 3회전까지 오른 정현은 이후 발목 부상으로 6월 세번째 그랜드슬램대회인 윔블던에는 나가지 못했다. 지난달 말 애틀랜타오픈을 통해 복귀했으나 1회전에서 탈락했고, 지난주 시티오픈에서도 첫판에서 보따리를 싸야 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 1회전에서 세계 28위인 스페인의 노장 펠리시아노 로페스(36)를 2-1(6:1/4:6/7:6<3>)로 꺾으며 기세를 올렸고, 고핀까지 따돌리며 포효했다. 3회전 상대는 그동안 만난 적이 없는 세계 42위 아드리앙 만나리노(29·프랑스)다.
마스터스 1000 시리즈는 그랜드슬램 다음으로 등급이 높은 대회로 이번 대회에는 세계 2위 라파엘 나달(스페인)과 3위 로저 페더러(스위스)가 각각 1, 2번 시드로 출전했다. 정현이 8강에 오르면 나달과 격돌할 가능성이 높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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