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빈이 30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파견 선수 1차 선발전 시니어 여자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4분10초 남짓 동안의 프리스케이팅 연기를 큰 실수 없이 마치자, 그의 얼굴엔 환한 미소가 번졌다. 대회 전 공식 인터뷰에서 “1~2주 동안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바꾼 부츠도 잘 맞지 않는다”고 걱정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대회 한달 전 어머니가 암 투병 중 세상을 떠나 깊은 슬픔에 잠긴 그였지만, 막상 아이스링크 위에선 멋진 연기를 펼치며 ‘피겨 여왕’ 김연아를 이을 기대주임을 다시 입증했다.
30일 서울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18 평창겨울올림픽 파견 선수 1차 선발전 겸 ‘케이비(KB)금융 피겨스케이팅 코리아 챌린지’ 마지막날 여자싱글 프리스케이팅. 최다빈(17·수리고3)은 118.75점을 얻어 전날 쇼트프로그램 점수(63.04점)를 합쳐 합계 181.79점을 기록해 1위에 올랐다. 169.15점을 기록한 2위 김하늘(15·평촌중3)과의 점수 차도 컸다. 3위는 162.44점을 따낸 안소현(16·신목고1)이 차지했다.
최다빈은 지난 2월 삿포로겨울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아시안게임 여자싱글 금메달을 따내며 일약 한국의 간판스타로 떠올랐으며, 지난 4월 세계피겨선수권대회에서는 10위를 차지해 한국에 2018 평창겨울올림픽 티켓 2장을 안긴 바 있다.
이날 프리스케이팅에 나선 12명 중 11번째로 출전한 최다빈은 빨간색 드레스를 입고 영화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을 배경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첫 과제인 트리플 러츠-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시작으로, 트리플 플립과 더블 악셀까지 안정적으로 연기를 소화했다. 이어 레이백 스핀, 플라이 카멜 스핀 등을 무난히 마친 뒤 더블 악셀, 트리플 러츠-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 트리플 루프, 트리플 살코까지 ‘마의 4연속 점프’를 깔끔하게 처리했다. 그리고 스텝 시퀀스에 이어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으로 연기를 마무리했다. 다만, 처음에 애초 의도한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수행하지 못한 게 옥에 티였다.
곽민정 <한국방송(KBS)> 해설위원은 경기 뒤 “시합전 최다빈이 불안해하더니, 링크에 들어가서는 완전히 달랐다. 연기를 잘했다”고 칭찬했다. 최다빈은 경기 뒤 공식 인터뷰에서 “출전 때부터 경기내용과 결과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 출전 자체에 의미를 뒀다”며 “2, 3차 선발전 때는 더욱 잘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김연아가 시상식에 참여해 후배들에게 평창겨울올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 인형을 주며 격려해 눈길을 끌었다.
최다빈은 우승으로 미소를 지었지만, 발목 수술 뒤 돌아온 박소연(20·단국대2)은 전날 2위를 차지했던 쇼트프로그램(60.51점)과 달리 이날 점프 시도 중 3번이나 넘어지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6위(149.15점)로 마쳤다. 점수 발표 전 그는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여자싱글은 이번 선발전을 포함해 12월 회장배 랭킹대회와 내년 1월 종합선수권대회까지 세차례 대회를 통해 평창에 나갈 2명을 결정한다.
이준형이 남자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진 남자싱글에서는 이준형(21·단국대3)이 228.72점(쇼트프로그램 77.72+프리스케이팅 151.00)으로 1위를 차지하며 오는 9월27~29일 독일 오베르스트도르프에서 열리는 2017 네벨호른 트로피 출전권을 확보했다. 김진서(21·한국체대2)가 2위(223.49)를 차지했고, 차세대 유망주 차준환(16·휘문고1)은 3위(206.92)에 그쳤다. 차준환은 이날 프리스케이팅에서 첫 점프 과제인 쿼드러플 토루프 점프를 깔끔하게 소화했지만, 이어진 쿼드러플 살코 점프에서 넘어지는 등 잇단 실수를 범하며 무너졌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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