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페더러가 16일(현지시각) 2017 윔블던 남자단식 우승트로피에 입맞춤을 하고 있다. 런던/로이터 연합뉴스
“모든 (남자) 선수들이 페더러보다 나이가 젊다. 페더러는 쉽게 이기는 방법을 안다. 클레이코트를 빼고 모든 표면(코트)에서 일관성 있게 그렇게 한다. 여러분들은 그가 어디로 갈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그가 (다음) 유에스오픈에서 통산 20회 그랜드슬램 타이틀를 거머쥘 것인가?”
30대 후반의 나이에도 놀라운 경기력으로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는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36·세계 5위·스위스)가 16일(현지시각) 윔블던 남자단식 최다 우승(8회) 기록을 세우며 세계 남자테니스 역사를 새롭게 쓰자, 왕년에 3차례 윔블던 남자단식 챔피언에 올랐던 보리스 베커(독일)가 한 말이다. 그랜드슬램 남자단식 19회 우승 기록을 세운 페더러가 언제 20회 고지에 도달할 수 있을까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로저 페더러가 윔블던 남자단식에서 우승할 때의 모습들. 위 왼쪽부터 2003년, 2004년, 2005년, 2006년. 아래 왼쪽부터 2007년, 2009년, 2012년, 2017년 순. 런던/AFP 연합뉴스
페더러는 이날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2017 윔블던(총상금 3160만파운드: 463억원) 남자단식 결승에서 1m96의 장신 마린 칠리치(29·세계 6위·크로아티아)를 1시간41분 만에 세트 점수 3-0(6:3/6:1/6:4)으로 완파하고 5년 만에 이 대회 정상을 탈환했다. 우승상금 220만파운드(32억4000만원). 칠리치는 2세트 왼발 통증을 호소하며 메디컬 타임을 부르기도 했다. 수건으로 얼굴을 감싸며 눈물을 흘린 칠리치는 페더러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페더러로서는 이번 대회 7경기를 치르는 동안 한 세트도 내주지 않은 완벽한 우승이었다. 1976년 비에른 보리(스웨덴) 이후 41년 만의 윔블던 남자단식 무실세트 우승이다. 앞서 2003년부터 2007년까지 5연패를 달성한 바 있고, 2009년과 2012년에도 우승했다. 이로써 2000년 피트 샘프러스(미국)와 1889년 윌리엄 렌쇼(영국)가 달성한 7회 우승 기록을 넘어서 윔블던 남자단식에서 가장 많이 우승한 선수가 됐다. 여자단식에서는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체코)가 9회 우승으로 최다 기록 보유자다.
페더러는 호주오픈(5회), 유에스오픈(5회), 프랑스오픈(1회) 우승 기록까지 포함해 자신이 보유한 그랜드슬램대회 남자단식 최다 우승 기록도 19회로 늘렸다. 역대 2위인 라파엘 나달(15회·스페인)보다 4번이나 많다. 앞서 페더러는 시즌 첫 그랜드슬램대회인 2017 호주오픈에서 나달을 3-2로 누르고 우승한 바 있다.
페더러가 마린 칠리치에게 서브를 넣고 있다. 런던/신화 연합뉴스
1981년 8월8일생인 페더러는 만 35살11개월로 프로선수들의 그랜드슬램대회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오픈 시대(The Open Era) 이후 윔블던 남자단식 최고령 우승자로도 기록됐다. 종전은 1975년 아서 애시(미국)의 31살11개월이었다. 그랜드슬램대회를 통틀어서는 1972년 호주오픈에서 켄 로즈월(호주)이 37살2개월에 우승한 것이 남자단식 최고령 우승 기록이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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