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오픈 남자단식 10회 우승을 차지한 라파엘 나달이 11일(현지시각) 시상식에서 우승트로피를 깨물어 보이고 있다. 롤랑가로스 누리집
1회전부터 결승전까지 7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1세트도 상대한테 내주지 않았다. 과거 수비형에서 공격적인 스타일로 변신한 ‘클레이코트의 황제’의 폭발적인 샷을 막을 자는 아무도 없었다. 결승전에서 만난 세계 3위 스탄 바브링카도 역부족이었다. 포핸드스트로크의 평균스핀률은 3485아르피엠(RPM·1분당 회전수), 백핸드스트로트는 2693아르피엠에 이르렀다. 바브링카(포핸드 2520, 백핸드 2415)로서는 따라갈 수 없었다. 결국 승부는 2시간5분 만에 그의 3-0(6:2/6:3/6:1) 완승으로 싱겁게 끝났다.
‘흙신’ 라파엘 나달(31·스페인)이 마침내 프랑스오픈(원래 명칭은 롤랑가로스) 남자단식 10회 우승(스페인어로 La Decima)의 금자탑을 쌓았다. 11일 오후(현지시각) 파리의 스타드 롤랑가로스 필리프 샤트리에 코트에서 열린 2017 프랑스오픈(총상금 3600만유로:452억원) 남자단식 결승. 세계 4위 나달은 ‘백핸드의 달인’ 스탄 바브링카(32·스위스)를 잡고 2014년 이 대회 우승 이후 3년 만에 정상에 다시 올랐다. 우승상금 210만유로(26억3800만원). 클레이코트에서 열리는 유일한 그랜드슬램대회인 프랑스오픈에서 나달은 2005년부터 2008년까지 4년 연속,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 연속 정상에 오른 바 있다. 이번이 10번째 우승. 앞서 1980년대 ‘황제’ 비외른 보리(스웨덴)가 프랑스오픈 남자단식에서 6번 우승한 적이 있다. 특정 그랜드슬램대회 남자단식에서 10번 우승한 선수는 나달이 처음이다. 그동안 10차례 결승전에서 한번도 지지 않았다. 롤랑가로스에서만 통산 79승2패를 기록했다. 2009년 로빈 소더링, 2015년 노박 조코비치에 한번씩 졌을 뿐이다.
전 윔블던 챔피언 팻 캐시는 <비비시>(BBC) 라디오를 통해 “나달의 스타일은 클레이코트에서 유효하다. 번개처럼 빠르고 무자비하게 거칠다. 믿기지 않은 파워도 가지고 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2시간5분 만에 스탄 바브링카를 3-0으로 잡은 뒤 나달이 코트에 누워 감격해 하고 있다. 롤랑가로스 누리집
프랑스오픈을 제외한 그랜드슬램대회 남자단식 최다 우승기록은 피트 샘프러스(은퇴·미국)와 로저 페더러(36·세계 5위·스위스)가 윔블던에서 달성한 7회이다. 남녀단식을 통틀어서는 마거릿 코트(호주)가 호주오픈 여자단식에서 11회(1960~66, 1969~71, 1973) 우승한 것이 최다이다. 그러나 그것은 1968년 프로 선수들이 아마추어들과 경쟁하도록 허용된 오픈시대(The Open era) 이전의 일이다. 오픈 시대 이후엔 체코 출신 마르티나 나블라틸로바가 윔블던 여자단식에서 9회(1978~79, 1982~87, 1990) 우승한 적이 있다.
나달은 개인통산 15번째 그랜드슬램대회 남자단식 우승을 차지해 페더러(18회)에 이어 역대 단독 2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공동 2위이던 샘프러스는 14회로 3위로 밀렸다. 나달은 프랑스오픈 10회를 포함해 윔블던과 유에스(US)오픈에서 각각 두차례 우승했고, 호주오픈에서는 한 차례 정상에 올랐다.
나달은 지난해 프랑스오픈에서는 손목 부상으로 16강전을 앞두고 기권했고, 2015년에는 8강전에서 탈락하는 등 부상과 슬럼프를 겪었다. 그러나 올해는 호주오픈 남자단식 결승까지 오르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결승전에서는 페더러에 아쉽게 2-3으로 졌다.
나달의 위력적인 포핸드스트로크 모습. 롤랑가로스 누리집
나달은 경기 뒤 “(프랑스오픈에서 처음 우승한) 2005년에 나는 2017년이면 마요르카에 있는 나의 보트 위에서 낚시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내가 그렇게 오랜 경력을 쌓고 그렇게 많은 대회에서 우승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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