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이 6일(현지시각) 독일 뮌헨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비엠더블유(BMW)오픈 단식 4강전에서 기도 펠라(아르헨티나)를 상대로 강력한 포핸드샷을 뿜어내고 있다. ATP 투어 누리집
세계 16위 가엘 몽피스(31·프랑스), 21위 알렉산더 즈베레프(20·독일), 53위 마르틴 클리잔(28·슬로바키아)…. 세계 78위인 한국 남자 테니스의 희망 정현(21·한국체대)이 최근 2주 사이 바르셀로나오픈과 비엠더블유(BMW)오픈 등 실외 클레이코트 대회 단식에서 물리친 세계적 강호들이다. ‘클레이코트의 황제’ 라파엘 나달(31·세계 5위·스페인)과도 바르셀로나오픈 8강전에서 맞붙어 첫 세트 앞서다가 0-2(6:7<1>/2:6)로 졌지만 그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정현이 최근 경기력에 자신감이 붙었다. 이제 하드웨어는 갖춰진 만큼, 소프트웨어 향상에 노력해야 한다.” 박용국 <스포티브이>(SPOTV) 해설위원(NH농협은행 여자 테니스 감독)은, 정현이 올해 일취월장하고 있다면서 정규투어 우승까지 오르기 위해서 보완할 점을 이렇게 조언한다. 소프트웨어란 다름 아닌 ‘경기운영 능력’이다.
6일 오후(현지시각) 독일 뮌헨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250 시리즈인 비엠더블유오픈(총상금 48만2060유로) 단식 4강전. 정현은 세계 158위로 까다로운 왼손잡이인 기도 펠라(27·아르헨티나)를 맞아 초반 3-0으로 앞서는 등 선전했으나 뒷심 부족으로 결국 세트 스코어 1-2(6:4/5:7/4:6)로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이겼더라면 2003년 1월 아디다스 인터내셔널의 이형택 이후 한국 남자 선수로는 무려 14년4개월 만에 정규투어 단식 결승에 오를 수 있었던 상황이기에 아쉬움은 더했다.
박용국 해설위원은 “이날 시속 212㎞의 서비스 에이스도 나왔는데, 포핸드의 경우 뒤에서 공을 치고, 코트 뒤편으로 물러나 플레이를 하는 등 수비 위주로 나서다 패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라이징 볼(떠오르는 볼)을 한 템포 빠르게 치거나, 베이스라인에 바짝 붙어 인사이드 플레이를 하다가 과감하게 네트플레이도 하는 등 공격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보완할 점도 드러냈지만 정현은 이번 대회를 통해 세계 상위권 강호들을 상대로 더욱 강한 자신감을 가지게 됐고, 값진 성과도 얻었다. 8강전에서 자신보다 랭킹이 25단계나 높은 마르틴 클리잔을 2-1(6:4/3:6/6:2)로 꺾고 2007년 7월 이형택 이후 한국 남자 선수로는 10년 만에 정규투어 단식 4강에 오르는 쾌거를 달성한 것이다. 16강전에서는 세계 10위권의 베테랑 가엘 몽피스를 2-0(6:2/6:4)으로 눌러 파란을 일으켰다. 그 전주에 열린 바르셀로나오픈 16강전에서는 독일의 ‘신성’ 즈베레프를 2-0(6:1/6:4)으로 완파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패턴의 공격 등 경기운영 능력을 향상시키면 20대 초반인 정현이 조만간 정규투어 첫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날도 머지않았다고 전망한다. 정현은 정규투어보다 한 단계 아래인 챌린저 대회에서는 이미 여러 차례 우승한 바 있으나, 정규투어 250·500 시리즈 등에서는 결승까지는 오르지 못했다. 그랜드슬램 대회인 올해 호주오픈에서는 1회전에서 79위 렌소 올리보(25·아르헨티나)를 3-0(6:2/6:3/6:2)으로 눌렀지만, 15위 그리고르 디미트로프(26·불가리아)한테는 1-3(6:1/4:6/4:6/4:6)으로 역전패를 당한 바 있다.
정현은 8일부터 서울 올림픽공원코트에서 열리는 2017 서울오픈 국제남자챌린저(총상금 10만달러)에 출전해 우승을 노린다. 그 다음주에는 2017 부산오픈 국제남자챌린저(총상금 15만달러)에 나간 뒤 28일 개막하는 시즌 두번째 그랜드슬램 대회인 2017 프랑스오픈(롤랑가로스)에 다시 도전한다. 지금 같은 클레이코트에서의 상승세라면 돌풍을 기대해볼 만하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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