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의 바르셀로나오픈 경기 모습.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누리집 갈무리
“테니스를 처음 시작할 때 꿈이 (로저) 페더러나 (라파엘) 나달을 상대해보는 것이었다. 나달과 경기가 기다려진다,”
한국 남자테니스의 희망 정현(20·세계랭킹 94위)의 ‘꿈’이 이뤄졌다. 27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2017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500시리즈인 바르셀로나오픈(총상금 232만4905유로) 단식 16강전. 정현은 세계 21위 알렉산더 즈베레프(20·독일)를 2-0(6:1/6:4)으로 가볍게 꺾고 8강에 올라 세계 5위 라파엘 나달(31·스페인)과 4강 진출을 다투게 됐다.
정현이 정규투어 대회 남자단식 8강에 오른 것은, 지난해 4월 유에스(US) 클레이코트 챔피언십 이후 1년 만이다. 당시는 총상금 규모가 이번 대회보다 작은 250시리즈 대회였다. 앞서 2015년 9월 중국 선전오픈(250시리즈)에서 처음 정규투어 8강에 진출한 바 있다. 세계 20위대 강호를 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회 예선부터 뛰면서 예선 두 경기와 본선 세 경기 등 5차례 경기에서 상대에게 한 세트도 내주지 않는 등 안정적인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어 기대를 부풀린다.
라파엘 나달의 바르셀로나오픈 경기모습.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누리집 갈무리
왼손잡이인 나달은 그랜드슬램대회 남자단식에서 14차례 우승한 세계 정상급 스타. 특히 클레이코트에서는 강해 프랑스오픈에서만 9차례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이번 대회는 클레이코트에서 펼쳐져 강력한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힌다. 정현인 세계 5위 이내의 선수와 격돌한 것은 이번이 세번째. 2015년 유에스(US)오픈 2회전에서 당시 세계 5위였던 스탄 바브링카(스위스)에게 0-3(6:7<2/6:7<4>/6:7<6>)으로 졌고, 지난해 호주오픈 1회전에서는 세계 1위였던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와 맞섰으나 0-3(3:6/2:6/4:6)으로 패배했다.
정현은 이날 경기 뒤 “(ATP) 500시리즈에서 8강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 포인트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3번 시드인 나달은 이날 케빈 앤더슨(남아공)을 2-0(6:3/6:4)로 물리치고 8강에 진출한 뒤 “정현을 잘 모르지만 오늘 경기 영상을 보면서 분석할 것이다. 최근 이틀간 날씨가 안 좋았는데 내일은 맑을 것으로 예보돼 팔꿈치나 손목에 무리가 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과 나달의 8강전은 한국시각으로 28일 밤 9시에 시작하는 앤디 머리(1위·영국)와 알베르트 라모스 비놀라스(19위·스페인) 8강전에 이어서 열린다. 스포츠 전문채널 <스카이스포츠>에서 생중계할 예정이다. 유진선 이 방송 해설위원은 “정현이 시즌 초반 슬럼프를 이겨내고 바르셀로나오픈 8강까지 진출한 것은 자신감을 회복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나달 같은 대선수와 맞대결을 펼치는 만큼, 오늘 한 경기가 정현이 세계 50위권, 10위권 선수로 성장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김경무 선임기자
kkm10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