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름(왼쪽)이 12일 저녁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매스스타트에서 일본의 다카기 나나를 막판 뒤집기로 따돌리며 1위로 결승선을 향하고 있다.강릉/연합뉴스
‘빙속여제’ 이상화(28·스포츠토토)와 이승훈(29·대한항공)도 해내지 못한 2017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장거리 간판스타 김보름(24·강원도청)이 해냈다. 결승선까지 얼마 남기지 않고 막판 스퍼트로 일본 선수를 불과 0.11초 차로 따돌린 대역전 드라마였다. 대회 마지막날 시상대에 첫 애국가가 울려퍼진 쾌거였다.
12일 강원도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7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마지막날 여자 매스스타트 경기. 24명이 400m를 16바퀴 도는 이 경기에서 김보름은 1바퀴를 남기고 7위를 달렸으나 결국 1위로 결승선을 끊으며 60포인트를 획득해 금메달을 확정지었다. 2018 평창겨울올림픽(2월9~25일) 테스트 이벤트로 치러진 이번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으로 그의 올림픽 금메달 가능성도 더욱 높아졌다. 김보름은 8분00초79를 기록했다. 2위는 일본의 다카기 나나로 8분00초90.
매스스타트는 내년 평창겨울올림픽에서 처음으로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김보름은 이번 시즌 월드컵에서 금메달 2개, 동메달 2개를 따내며 세계랭킹 1위에 올랐으며,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로 아쉬움을 남겼던 그는 불과 1년 만에 실력을 끌어올려 당당히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경기 뒤 김보름은 “어제가 정월 대보름이었고 생일이었는데 너무나 좋은 선물을 받은 것 같다. 욕심내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컨트롤이 잘된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쇼트트랙 선수 출신인 김보름은 “쇼트트랙은 코너워크 연습을 많이 하는데 그런 게 도움이 된 것 같다. 홈에서 경기를 하니 시차도 없는 데 이점이 있다”고 선전 이유를 밝혔다. 그는 선두를 달리던 일본의 다카기 나나를 추월한 데 대해 “스퍼트가 좀 늦었다고 판단했는데 (250여m를 남기고) 네덜란드 선수가 넘어져 움찔했으나 이를 잘 피했다. 일본 선수가 앞에 있어 추월해야 한다는 집념이 생겼다”고 했다.
남자 팀 추월 레이스 도중 넘어지면서 오른 다리를 다친 이승훈 대신 이날 남자 매스스타트에 나선 주형준(26·동두천시청)은 11위에 그쳤다. 앞서 열린 남자 1500m에서는 기대주 김민석(18·평촌고)이 5위(1분46초05)로 선전했다. 이 종목 금메달리스트 네덜란드의 키엘트 나위스(28·1분44초36)와는 1초69 차이. 장거리 황제 스벤 크라머르(31·네덜란드)는 1분45초50으로 동메달을 따냈다. 그는 남자 5000m와 1만m에서 이미 금메달을 수확한 바 있다.
한편,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나흘 동안 열린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는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선수들 기록도 잘 나왔고, 국내 선수는 물론 해외 정상급 스타들도 빙질이나 경기장 시설에 만족감을 표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16~18일 2016~2017 쇼트트랙 월드컵 4차 대회가 열렸던 강릉아이스아레나와 마찬가지로 전광판이 작다는 지적이 나와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연면적 3만7485㎡에 지하 2층, 지상 2층으로 7635명의 관중을 수용하는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은 이번 대회 첫날 관중 4000여명이 들어와 세계 스타들의 경기를 관전하며 1년도 채 남지 않은 평창겨울올림픽의 묘미를 만끽했다. 남녀 500m 경기 등이 열린 둘째날 4300명, 셋째날 5532명, 마지막날 4828명 등으로 만원 관중은 아니었지만 팬들의 열기는 뜨거웠고, 선수들은 멋진 활약으로 기대에 보답했다.
강릉/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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