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저 페더러가 29일(현지시각) 멜버른파크에서 열린 2017 호주오픈 남자단식 결승에서 라파엘 나달을 3-2로 잡고 우승한 뒤 라커룸에서 트로피를 들고 좋아하고 있다. 멜버른/로이터 연합뉴스
2017 호주오픈 남자단식 우승으로 5년 만에 ‘테니스 황제’의 귀환을 알린 로저 페더러(36·스위스). 그랜드슬램 대회 1회전에서 결승까지 7경기를 소화하기에는 체력적으로 벅찬 나이인 그는 과연 남자 선수로는 아직 아무도 달성하지 못한 메이저 대회 통산 20차례 우승 고지를 밟을 수 있을까?
지난해 무릎 부상으로 세계 17위까지 추락했던 페더러는 29일 저녁(현지시각) 멜버른파크 로드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2017 호주오픈(총상금 5000만 호주달러, 약 440억원) 남자단식 결승에서 숙명의 맞수인 세계 9위 라파엘 나달(31·스페인)과 3시간37분 동안의 풀세트 혈전 끝에 3-2(6:4/3:6/6:1/3:6/6:3)로 승리하고 눈물을 쏟아냈다. 2012 윔블던 우승 이후 무려 4년6개월 만에 다시 맛본 그랜드슬램 대회 타이틀이기에 감격은 더했다. 호주오픈 통산 5번째 우승(2004, 2006, 2007, 2010년). 우승상금 370만 호주달러(약 32억5000만원)를 챙겼고, 세계 순위 10위로 상승했다.
페더러는 그랜드슬램 대회 통산 남자단식 18회 우승(호주오픈 5회, 프랑스오픈 1회, 윔블던 7회, 유에스오픈 5회)으로 역대 최다 우승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14차례 우승한 나달과 피트 샘프러스(은퇴·미국)와도 큰 차이가 난다. 노박 조코비치(30·세르비아)는 12회이다. 여자 테니스에서는 이번 호주오픈 여자단식에서 언니 비너스를 누르고 우승한 서리나 윌리엄스(36·미국)가 23회 우승으로 최다 기록을 늘려가고 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는 ‘살아있는 골프전설’ 잭 니클라우스(미국)가 메이저 대회 통산 18회 우승 대기록을 가지고 있다.
페더러는 일단 은퇴 시기를 밝히지 않고 있다. 그는 호주오픈 뒤 “내년 대회에도 출전하고 싶다는 것이 지금의 소망”이라고 말해 계속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에서 뛸 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이번 호주오픈을 통해 건재도 과시했다. 3회전에서 세계 10위 토마시 베르디흐(체코)를 3-0으로 잡은 데 이어, 최대 고비이던 4회전(16강전)에서는 세계 5위 니시코리 게이(일본)를 3-2로 누르며 기세를 올렸다. 이어 8강전에서는 미샤 즈베레프(러시아)의 돌풍을 3-0으로 잠재우고, 4강전에서는 세계 4위 스탄 바브링카(스위스)를 3-2로 물리치는 등 전성기 때의 위력을 한껏 보여줬다.
29일(현지시각) 2017 호주오픈 남자단식 우승을 차지한 로저 페더러(스위스)의 역대 그랜드슬램 대회 18차례 우승 때 모습. 맨 위 왼쪽이 이번 호주오픈이고, 바로 옆이 최근 우승한 2012 윔블던 우승 때이다. 맨 아랫줄 맨 오른쪽이 그랜드슬램 대회 첫 우승을 차지한 2003 윔블던 때이다. AFP 연합뉴스
페더러는 이번 결승전에서 포핸드에서 29개의 에러를 범하는 등 흔들리기도 했으나, 고비마다 시속 200㎞를 넘나드는 위력적 서브로 에이스를 총 20개나 폭발시키며 기어코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특히 5세트 막판 터져 나온 백핸드 리턴샷은 이날의 백미였다. 72개의 위너 샷을 성공시키며 35개에 그친 나달을 제압한 것도 그의 위력을 실감케 한다.
임지헌(삼육대 교수) 대한테니스협회 경기이사는 “페더러가 원래 체력소모가 적은 스타일의 경기를 하는데, 이번에는 정신적으로 잘 무장돼 있음을 보여줬다”며 “앞으로 선택과 집중으로 그가 강한 윔블던과 유에스오픈에 전념한다면 메이저 대회 20승은 무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경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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